WHO 조사팀 “우한서 2019년 12월 전 코로나 퍼진 징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코로나19 최초 확산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감염이 처음 보고됐던 2019년 12월 이전에 광범위한 집단감염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지를 방문해 진행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통해서다.

“12월 감염사례 174건 대부분 중증 #변이 13종, 이미 확산됐다는 증거 #일부 바이러스는 수산시장서 발견”

WHO 기원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14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2019년 12월 우한에서 13종의 변이가 발생한 것을 포함해 당시 코로나19가 이미 널리 퍼지고 있었다는 여러 징후가 있었다”며 “이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밝혔다. 엠바렉 박사는 중국 과학자들로부터 2019년 12월 우한에서 174건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확인했는데 이 중 100건은 검사로 감염을 확인했고 74건은 증상을 바탕으로 임상적 진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74건의 사례는 대부분 중증 감염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당시 우한에서 이미 1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있었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 중 중증을 보이는 비율이 15% 정도임을 고려하면 경증이나 무증상 감염자는 확인된 사례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엠바렉 박사는 WHO 조사팀이 2019년 12월 우한에서 발생한 13개의 서로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 서열 데이터를 최초로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들 중 일부는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수산시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장소로 지목됐던 곳이다.

CNN은 이번에 보고된 13종의 변이 바이러스는 우한에서 2019년 12월 이전에 코로나19가 퍼졌음을 시사하는 실체적 증거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롯한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류는 감염 뒤 복제 과정에서 잦은 변이가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13종의 변이가 발견됐다는 건 오래전부터 감염이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대 에드워드 홈스 교수는 “이 데이터들은 2019년 12월 이전에 이미 인간 감염이 시작됐고, 화난 수산시장에서 유행하기 전에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전파 기간이 있었을 것이라는 다른 분석들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WHO 조사팀은 지난달 29일 우한에서 조사를 시작해 지난 10일 중국을 떠났다. 조사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선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시작됐다고 규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조사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를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