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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 막힐지 모른다...빗장풀자 이틀간 3445억 '패닉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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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절벽의 학습 효과가 '패닉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새해 들어 대출 빗장을 푼 지 이틀 만에 3400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나갔다. 억눌렀던 수요가 분출하며 이틀 만에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월 신용대출 증가액 한도(2조원대 이하)의 17%를 소진한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대출 러시’…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취급한 신용대출은 약 3445억원 규모다.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4일 신용대출 잔액은 2798억원 늘었고 5일에는 또다시 64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새해 들어 신용대출의 봇물이 터진 건 지난해 연말까지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신용대출 판매가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신용대출을 틀어막으며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43억원 줄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 연간 대출 총량 한도를 새로 계산할 수 있게 되자 은행들은 대출 창구를 속속 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부터 신용대출 신규 접수를 다시 받기 시작했고, 같은 날 KB국민은행은 최대 2000만원으로 제한했던 신용 대출 한도를 풀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고, 우리은행은 7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우리 원하는 직장인 대출’ 판매에 나선다.

대출 절벽 경험 후…‘일단 받아두자’

1월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월은 연말 성과급 영향으로 신용 대출 수요가 줄고 예·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연말 대출 절벽을 경험한 고객들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은행으로 몰렸고, 시시각각 바뀌는 대출 정책에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받아두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른바 '패닉 대출'인 셈이다.

여기에 코스피 3000시대 개막 등 주식 시장의 호황도 대출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상승장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포모(FOMO)' 심리로 시장에 가세하는 머니 무브가 대출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증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증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새해 벽두 시작된  ‘대출 러시’에 금융당국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출을 마냥 풀어줘도 자산 시장의 거품이 심화할 수 있고, 돈줄을 너무 죄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나 기업을 비롯한 실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정선은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일단 고소득자에 대한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각 은행의 대출 목표치를 검토해 타 은행보다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지난해 대출목표치를 어긴 은행에 대해서는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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