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줄었던 신용대출, 빗장 풀린 하루 만에 다시 늘어났다

중앙일보

입력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의 빗장을 열자 하향 곡선을 그리던 신용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5일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NH농협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4일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928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98억원 늘었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만에 늘어난 규모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증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증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지난해 11월보다 3조1823억원 증가했다. 가계 대출 증가 속도는 지난해 11월(9조4195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더뎌졌다.

속도를 늦춘 건 신용대출이다. 지난해 4분기 가파르게 증가하던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꺾인 탓이다. 지난해 12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2억원으로 전달 잔액(133조6925억원)보다 443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2247억원) 이후 처음이다. 각 은행이 지난 연말 적극적으로 신용대출 줄이기에 나선 결과다.

반면 전셋값 상승 등으로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12월 잔액(105조988억원)이 11월(103조3392억)보다 1조7596억원 늘었다. 증가 폭만 보면 11월(1조6564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각 시중은행이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속속 재개하자 신용대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민과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신용대출이 재개한 한 은행은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사이 대출 잔액이 12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다시 대출 빗장을 연 만큼 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1월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지난해 연말 같이 증가세가 지속할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대출·전세대출 급증에, 가계대출 1년 새 9.7% 증가

신용ㆍ전세대출이 끌어올린 가계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신용ㆍ전세대출이 끌어올린 가계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한 해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잔액은 2019년 말(610조7562억원)과 비교하면 9.7%(59조3977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연간 4~5% 증가)를 훌쩍 넘는 수치다. 특히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신용대출은 21.6%(23조7374억원) 증가했고, 전세자금 대출은 30.6%(24조6456억)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최근 3년(2017~2019년) 연평균 증가 규모(7조 5833억원)의 3배 수준이다.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시장 열풍과 전셋값 상승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 중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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