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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수용자 이송땐 사망자 폭증할 수도" 교도관 호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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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동부구치소. 뉴스1

2일 서울동부구치소. 뉴스1

법무부가 서울 동부구치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대책으로 미감염 수용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분산하고 있다. 수용자 중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 43.1%에 이르자 이젠 미감염자 분리에 나선 것이다. 추미애 장관도 2일 동부구치소는 확진자 전용 생활치료시설로 개편하고 5차 검사까지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는 타 시설로 이송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새 1000명…동부구치소 코로나 재앙 대책 없나] #秋 "동부는 확진자 전용, 비감염자 타시설 이송"에 반발 #전국 교정시설 과밀, 인력·예산 부족해 확산 뻔하다 #"교정인력 대폭 증원"…보석·가석방·불구속 확대도

하지만 일선 교도관 사이에선 "수용자 이송이 전국 교정시설로 바이러스 대유행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동부구치소 교도관인 A씨는 지난달 말 온라인 교정직원 커뮤니티인 ‘담장 밖의 교도관’에서 “수용자들을 타 지역으로 이송하면 해당 지역까지 감염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이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커뮤니티는 이름과 소속, 내부망 아이디 등으로 현직 교도관임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다. A씨 글은 교도관들 사이에 파장이 커지자 3일 현재 삭제된 상태다.

동부구치소 코로나 재앙 어떻게 퍼졌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동부구치소 코로나 재앙 어떻게 퍼졌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동부구치소 수용자, 전부 잠재적 감염자”

동부구치소에선 이미 광범위하게 감염이 확산돼 확진자가 아닌 나머지 수용자도 잠재적인 감염자로 봐야 한다는 게 A씨가 분산을 반대하는 논리다.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일지라도 추후 확진자로 번복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동부구치소에선 지난달 18일 첫 수용자 전수검사에서 확진자 185명이 나온 뒤 2~5차 전수검사에서 음성에서 양성으로 뒤바뀐 경우는 800명가량에 달했다.

서울 동부구치소 확진 원인=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 동부구치소 확진 원인=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모든 교정시설 코로나19에 취약”

다른 교정시설들도 교정인력과 수용공간, 예산 부족 등 동부구치소와 똑같은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하다는 것도 이유다. 특히 인력 문제와 관련해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교정시설별 적정 수용인원을 근거로 교도관을 채용하는데, 지금 모든 시설이 적정 수준을 초과해 수용한 상태라 교도관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수용자 인권을 위한 다양한 복지·교육 등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교도관 1인당 업무량은 늘고 인력난이 심화한다고 한다.

A씨는 “수용자 이송을 즉각 중지해 주기 바란다”며 “백신이 공급되기도 전에 전국 교정시설 내 코로나 대유행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폭증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전국 교정시설에 대규모로 교도관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무서워 ‘사표’ 고민 교도관도

한 지방 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교도관 B씨는 “전국 각지에서 근무 중인 동료 모두가 동부구치소 수용자 이송에 따른 감염 위험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다른 교도소 교도관 C씨는 “일도 힘들고 코로나 감염까지 걱정해야 하니 더는 교도관으로 일하기 싫다”며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방식 전 동부구치소장은 중앙일보에 “동부구치소는 고층빌딩 형태의 전형적인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방역에 유리한 시설에 분산 수용하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면 임시로라도 교정 인력을 대폭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정시설 내 코로나 19 확진자 현황=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정시설 내 코로나 19 확진자 현황=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석방·형집행정지·보석 등 확대도 추진

교정본부는 수용자 분산뿐만 아니라 다른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모범 수용자에 대해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를 확대하는 게 대안이다. 교정본부는 검찰, 법원 등과 협의를 통해 구속 수사대신 불구속 수사 비율을 높이는 방안, ‘전자보석’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는 중이다. 법원도 동부구치소와 연관된 재판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신입 수용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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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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