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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퍼지고 나서야 전수검사...황당 대책이 부른 확진 1062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늑장 검사와 뒤섞기 수용처럼 방역수칙을 어긴 엉터리 초동대응, 조용한 전파자, 3밀(密) 구조가 동부구치소의 코로나 재앙을 불렀다.’

[한 달 새 1000명 돌파 동부구치소 코로나 재앙 3대 원인]

서울동부구치소 누적 감염자가 3일 1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첫 감염 이후 21일 이후 늑장검사, 확진자, 접촉자 및 일반 수용자 뒤섞기 수용과 같은 방역 제1원칙을 어긴 엉터리 대응이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재앙을 낳았다고 지적한다.[법무부 교정본부]

서울동부구치소 누적 감염자가 3일 1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첫 감염 이후 21일 이후 늑장검사, 확진자, 접촉자 및 일반 수용자 뒤섞기 수용과 같은 방역 제1원칙을 어긴 엉터리 대응이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재앙을 낳았다고 지적한다.[법무부 교정본부]

수용자와 구치소 의료진 및 외부 전문가들이 진단한 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대재앙의 3대 요인이다. 이 중 지난해 11월 27일 첫 직원 확진자가 발생한 지 3주 뒤인 12월 18일에야 전체 수용자 전수검사를 실시한 게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를 낳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조기 검사로 확진자와 접촉자를 신속하게 격리한다는 방역 제1원칙을 망각한 부실 대응이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의심 환자와 접촉자, 일반 수용자를 뒤섞어 수용해 대량 감염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절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절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법무부는 최초 확진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28일 감염 직원과 접촉한 동료 직원 201명과 수용자 298명 등 499명만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직원 1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직원들이 5개 동을 순환 근무해온 걸 고려하면 수용자 전원이 잠재적 접촉자였다.

그런데도 20일 이상 직원 내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는 조치 이외에 수용자에 대한 접촉자 격리·분리 수용은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법무부 교정본부는 "감염 초기 수용정원(2070명)을 훨씬 초과한 2413명(116.6%)을 과밀수용한 상황에서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를 분리 수용할 충분한 공간이 없어 확진자와 접촉자를 그룹별로만 분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동부구치소는 수용자를 1인 1실 격리할 수 있는 독거실이 432개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3~8명이 생활하는 혼거(공동)실 376개다. 이런 상황은 12월 18일 첫 전수검사에서 185명, 같은 달 23일 2차 298명이 대량 확진된 뒤 더 심각해졌다. 확진자 수가 독거실 수를 초과해 확진자와 접촉자, 접촉자와 비접촉자를 공동 수용하는 상황이 최소 열흘 이상 벌어진 것이다. 법무부는 12월 28일에야 확진자 중 무증상·경증 수용자 345명을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로 이송했다.

그 결과 첫 직원 감염자 1명이 발생한 뒤 1062명(직원 22명 포함)으로 확산하는 데는 불과 3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동부구치소 코로나 재앙 어떻게 퍼졌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동부구치소 코로나 재앙 어떻게 퍼졌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교정본부 측은 "입소 당시엔 음성 판정된 무증상 신입 수용자, 즉 조용한 전파자도 대량 감염사태를 부른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지난달 25일 동부구치소를 방문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감염요인은 복합적으로 판단되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 후 무증상 신입 수용자에 의한 감염확산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라고 밝혔다며 법무부 측이 내놓은 것이다.

추미애 장관도 집단감염 사태 35일 만인 1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빠른 집단감염의 원인이 주로 3차 대유행 후 무증상 감염자인 신입 수용자로 추정한다”며 “신입 수용자는 14일 격리 후 함께 수용했지만, 증상이 없어 걸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폐된 구치소에서 무증상 감염자를 혼거실에 수용해 빠른 속도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격리 기간 14일을 채우지 않고 열흘 만에 일반 수용자와 공동 수용했다는 재소자 주장이 나오는 등 구치소 내부 방역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교정시설 최고 책임자인 추 장관도 책임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감염? 3밀(密) 구조 때문 

동부구치소, 북도 창문 여는 순간 하나되는 구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kim@joongang.co.kr

동부구치소, 북도 창문 여는 순간 하나되는 구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kim@joongang.co.kr

동부구치소는 2017년에 지어진 교정시설로 12층짜리 아파트형 구치소다. 건물 5동이 연결된 하나의 ‘폐쇄된 성(城)’과 다름없는 구조다. 단일 냉·난방 환기 시스템을 갖춘 전형적인 밀집·밀접·밀폐 ‘3밀(密) 구조’는 세 번째 재앙의 원인으로 꼽힌다. 민간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진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야외 활동이 가능한 다른 저층 교정시설과 달리 취사와 운동 등의 모든 생활이 실내에서 이뤄진다. 운동장은 한쪽 벽면에 있는 창만 개방 가능한 밀폐된 공간인 까닭에 환기가 어려워 코로나19 방역에 취약하다.

동부구치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동부구치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교정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시설에는 각 건물 층마다 평균 5개 구역이 있는데 1개 구역에 평균 15~20개의 수용실이 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도 5개동이 내부 복도로 연결된 단일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감염병 전파가 이뤄지기 쉬운 구조다. 실제 지난달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의 확진자가 쏟아졌을 당시 8층에서만 11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남은 고층빌딩 구치소도 ‘안전 사각지대’

동부구치소, 이발·취사·세탁 등 모두 공용으로.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kim@joongang.co.kr

동부구치소, 이발·취사·세탁 등 모두 공용으로.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kim@joongang.co.kr

문제는 동부구치소 말고도 고층빌딩 형태의 구치소가 3개 더 있다는 데 있다. 1996년 개청한 수원구치소(지상 9층, 지하 1층), 97년, 99년 각각 문을 연 인천구치소(지상 12층, 지하 2층)와 대구구치소(지상 10층, 지하 1층)도 도심 아파트형 구치소다. 혐오시설 민원과 과밀화 대책으로 일본이 1983년 완공한 나고야 구치소(12층)를 모델로 잇따라 도입했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관계자는 “저층 교정시설은 시차를 두고 계단으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지만 고층 교정시설은 다르다”며 “과밀한 상황에서 같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취약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수원·인천·대구구치소는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전수검사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동생활을 하는 가족은 감염력이 5배 높다"며 "처음 확진자가 나왔을 때가 집단감염의 전조였는 데 전수검사를 하지 않은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폐쇄된 한 공간에서 2000명이 공동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초동대처에 실패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신입 수용자를 격리한 뒤 음성 판정 없이 수용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직도 첫 전파 고리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건 확진자가 몇차 감염자인지조차 모른다는 의미"라며 "감염자를 확인했으면 바로 전수검사하고 격리해야 했는데 늑장 대응한 게 사태를 키웠다"라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명에 의해 집단감염이 이뤄졌다기보다 확진자 여러 명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경우라면 모든 환자가 무증상일 리가 없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중요하지만 이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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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채혜선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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