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좋아요 누르면 조두순 응징” 구독 장사하는 유튜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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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구독’ 많이 눌러주시면 조두순 집에 쳐들어가서 끌고 나오겠습니다.”

안산 집 앞까지 몰려가 생중계 #주민 “당신들 12년 전엔 뭐했나”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의 조두순 주거지 앞에서 방송 중이던 한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기염을 토했다. 출소 당일이라 주민과 취재진, 경찰에 유튜버까지 100여명이 인산인해를 이루던 와중이었다.

그의 출소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플랫폼은 ‘조두순’이라는 키워드로 온통 도배됐다. 유튜브에서 ‘조두순’을 검색하면 ‘생중계’ ‘응징’ 등의 제목이 함께 달린 영상 수십 개가 뜬다.

일부 유튜버들은 자택 앞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사형시켜라” “추방하라”고 소리쳤다. 그러는 와중에도 ‘구독 요청’은 잊지 않았다. 한 유튜버는 SNS에 “조두순의 얼굴과 ‘조두순을 절대 잊지 말자’는 글귀를 새겨넣은 상의를 만들어 판매한다”고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소동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는 등 입건 예정자가 된 유튜버도 세 명이나 나왔다. 가뜩이나 현장 난동자들을 제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던 경찰은 유튜버 통제 업무까지 가외로 떠맡아야 했다.

20여년간 보호관찰 업무를 한 법무부 관계자는 “분노마저 상품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조두순 거주지로 자장면을 배달시키고, 집 앞에서 자장면을 먹는 영상을 보여주는 게 공익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유튜브나 SNS에는 돈 냄새가 밴 분노만 넘쳐났다.

조두순 재범(再犯) 방지 방안 등에 대한 제도적 접근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제2의 조두순’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미성년자 성폭행 재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도 1대1 보호관찰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만 180여명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보호관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이는 많지 않았다.

조두순 출소 이전에는 논의가 활발했던 보호수용법에 대한 관심도 정작 그가 출소한 뒤에는 시들해졌다. 출소 후 보안처분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독일·스위스의 보호수용 모델은 어떤 것인지 등 생산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 12월 14일 자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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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은 현장에 몰려온 이들에게 “당신들 12년 전에는 뭐했느냐. 피해자 가족이 법원에서 피켓 들고 있을 때는 뭐하고 왜 지금에서야 그러느냐”고 꼬집었다. 분노 이면에 존재하는,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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