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통령의 코스피 3000시대 언급이 불안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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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재확산이 진행 중이다.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병상은 부족하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일까.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늘리기보다 ‘K-방역’(한국형 방역)을 자랑하기 바빴다.

실물 경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데 #부동산·주식만 오르는 자산 인플레 #주가 떠받치려 무리수 나올까 걱정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도 닮았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주가(코스피)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현재 실적과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주가 상승세는 한국 경제의 희망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날보다 5.38포인트(0.19%) 내린 2756.8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날보다 5.38포인트(0.19%) 내린 2756.8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최근 코스피가 27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사실이다.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가 아니지만 어쨌든 최근에 많이 오르긴 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할 수는 없었을까. 코스피가 유동성의 힘으로 급등하면서 실물 경제와의 괴리를 키우고 있어서다. 임금을 포함한 소비자물가는 정체한 상황에서 부동산·주식 가격만 오르는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돈은 부동산 규제로 우왕좌왕하다 ‘동학개미의 실탄’으로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공매도 금지 조치는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 1월 100.7에서 지난 10월 98.3으로 떨어졌다. 산책하러 나간 개는 주인을 앞서거니 하지만 결국 주인을 따라가듯 주가도 결국엔 실물 경제와 같이 간다.

대통령이 직접 ‘코스피 3000시대’를 희망의 상징으로 꼽는 것은 위험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부동산·가계부채 대책 등에 정치가 개입할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려다가 정치 논리에 떠밀려 보류한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의 충격에 대비해 ‘경제 병상’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주가 상승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니란 의미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살포한 과잉 유동성이 전 세계에서 자산 인플레이션을 키우고 있다”며 “자산 인플레는 부의 양극화는 물론 노동 의욕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치밀하게 장·단기 대책을 세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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