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위중·중증 환자가 늘면서 병상도 급격히 줄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 "병상을 내달라"고 읍소하고 나섰고, 병원들이 호응하기로 했다.
2일 오전 서울 5곳 대형병원과 긴급 조찬회의 #병원들 "협조" 화답하면서도 실제 확보 여려워 난감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고려대안암 등 5개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서울의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59개 중 당장 입원할 수 있는 게 6개로 줄어들자 정부가 황급히 SOS를 쳤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고위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새벽부터 세종에서 올라와 만나자고 했겠냐며 대형병원이 솔선수범해서 병상 확보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12개의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2개 병상을 추가로 설치한 데 이어 4개 정도를 더 확보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현재 3개), 세브란스병원(5개), 고려대 안암병원(4개)도 내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코로나 환자 이외에도 중증도 높은 환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두는 게 고민스러운 점이다. 중증환자 전담병상으로 쓰려면 일반병상보다 면적이 1.5배 커야 하고 1인실이어야 한다. 음압(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간(전실)과 의료장비를 설치할 공간도 필요하다.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같은 장비가 필요하고 의사와 숙련된 간호사가 달라붙어야 한다.
중수본 관계자는 “인력도 인력이지만 코로나 중환자를 받으면서 다른 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애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병원 자체적으로도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수 있으니 여유 병상을 둬야 하고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를 보려면 방호복을 입을 공간도 필요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에 이미 환자가 꽉 차 있기 때문에 기존의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그리 쉽지 않다”며 “방호복을 입고 계속 근무할 수 없어 교대 인력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어렵다.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했을 때 당장 내놓기가 어려운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도 “병상을 한 개 늘리려면 기존 중환자실 병상 4개를 빼야 한다”며 “그렇게 늘릴 때마다 병상당 의사 2명, 간호사 10명이 따라붙게 된다. 병상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위중·중증 환자는 최근 계속 증가하며 2일 0시 기준 101명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만 해도 81명이었는데 일주일새 20명 늘었다. 통상 코로나 환자는 7~10일 정도 뒤부터 위중·중증 환자로 발전한다. 당국은 최근 확진자 규모가 급증한 데 따라 한동안 위중·중증 환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최근 시차를 두고 위중·중증 환자가 늘었다”면서 “(위중증 환자 증가로 인해) 사망자 규모도 시차를 두고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