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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 커졌지만…대부분 재정 일자리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9월 '2019 부산장노년일자리박람회'가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열려 구직을 원하는 많은 어르신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9월 '2019 부산장노년일자리박람회'가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열려 구직을 원하는 많은 어르신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송봉근 기자]

지난 5월 저점을 찍었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취업자가 늘면 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증가 폭 확대는 대부분 공공행정·보건복지 등 정부 재정 사업 분야의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민간 노동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고용보험 가입자 얼마나 늘었나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0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총 1423만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4000명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감소해 지난 5월 15만5000명 느는 데 그치면서 저점을 찍었다. 이후로는 서서히 증가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증가 폭 커진 이유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커진 이유는 정부의 단기 재정 일자리 사업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 부문 고용보험 가입자는 39만3000명 늘어 전체 가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주로 공공행정(19만9000명)·보건복지(10만2000명) 등 공공사업 영향이 큰 부문에서 늘어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업에선 2만2000명이 줄며 지난 9월(-1만3000명)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도·소매업 부문 가입자도 3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쳐, 계속해서 증가 폭이 줄고 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홈쇼핑·인터넷쇼핑 등 무점포 소매업 부문의 가입자만 증가세(1만6000명)를 이어갔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가입자 감소 폭은 4만5000명으로 지난 9월(-5만1000명)보다는 줄었지만,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 부문 감소세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14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은 14.3%(23만8000명) 늘었지만,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해야 할 30대는 1.6%(-5만4000명) 감소했다. 29세 이하 청년층도 0.1%(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 일자리 대책이 노년층에 쏠린 데다, 청년층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민간 일자리가 좀처럼 생겨나지 않아서다.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자는 8만8000명으로 전월(9만9000명)보다 줄었다. 수혜금액도 9946억원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는 해고보다는 고용유지를 권장한 정책 효과라고 분석한다.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 들어서는 구직자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 들어서는 구직자 모습. 뉴스1.

"민간 일자리 회복으로 이어져야"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회복 여부는 민간 부문과 '경제 허리' 계층인 30·40대의 일자리 상황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린 이유는 민간 일자리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라서인데, 이런 역할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재정이 헛되지 쓰이지 않도록, 일자리 정책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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