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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부채 괜찮다?…스페인·아일랜드는 신용등급 추락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비상상황’이라 하더라도 무작정 돈을 풀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지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으로 나랏빚은 800조원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40%를 돌파한 상태다.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45년 99.6%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38.1%보다 무려 61.5%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국가채무비율 40%→99.6% 전망

하지만 이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국가 신용등급은 0.03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갈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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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등급’ 국가들 허둥지둥 돈 풀다 신용 추락  

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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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스페인은 치솟는 실업률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투자확대, 주택구매 지원 등에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재정적자만 쌓여 국가채무비율이 2008년 39.4%에서 2012년 85.7%로 2.2배나 증가했다. 이 4년 동안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은 최상위권인 AAA에서 BBB-로 무려 9단계나 떨어졌다.

아일랜드도  2007년 국가신용등급이 AAA였지만 2008년 부실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23.9%(2007년)에서 111.1%(2011년)로 무려 4.6배나 급증했다. 결국 아일랜드 신용등급도 2009년부터 매년 하락해 2011년에는 최고등급 대비 7단계 밑인 BBB+를 기록했다.

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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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은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했지만, 즉각 헌법에 ‘균형재정 유지 원칙’과 ‘신규 국가채무 발생 상한(GDP 대비 0.35%)’을 명시하는 등 엄격한 재정관리에 나섰다. 그 결과 독일은 지금까지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가 재정악화 명분 아냐”

한국도 최근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GDP 대비 60%’ 와 통합재정수지 ‘GDP 대비 –3%’라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는 ▶국가채무비율 상한선이 지나치게 높고 ▶기준이 느슨하며 ▶준칙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낮아 괜찮다는 인식이 있는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며 “스페인과 아일랜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했던 재정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복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채무비율의 절대적인 수치뿐 아니라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걱정”이라며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복지지출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최근 발표된 재정준칙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해 국가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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