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개원’ 민주·통합당…‘법사위원장 갈등’ 8일까지 협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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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호 03면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77석 거여의 힘은 셌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공언해온 대로 5일 21대 국회 첫 임시회 개회를 밀어붙였다. 정의당·열린민주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 등 193명이 참석한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당 몫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표결로 선출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본회의 후 논평을 통해 “21대 임시국회 첫날 본회의장을 등질 수밖에 없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저희도 나아진 모습으로 인사 드리고 싶었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첫 임시회 개회 #야 “예결위장 줄테니 법사위 포기를” #여 “자구 심사권 폐지 동의하면 수용”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줄다리기 #박병석 의장, 두 의원 불러 이견 조정 #“상임위장 11대 7 결론날 것” 관측도

신임 박 의장은 취임하자마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이견 조정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3시 국회의장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주재한 박 의장은 7일 오후 다시 만나기로 추가 일정을 잡은 뒤 그동안에도 의견을 계속 교환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 사령탑의 기싸움은 하루 종일 첨예하게 진행했다. 이날 ‘반쪽 개원’ 직후 양당 원내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상대편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 원내대표가 “공은 이제 야당에 넘어갔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즉각 “선택은 민주당에 달려 있다”고 맞받았다.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면서도 정작 양보는 상대의 몫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김태년(왼쪽)·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와 회동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김태년(왼쪽)·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와 회동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어 김 원내대표가 “야당이 관행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원칙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에 주 원내대표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맞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8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국회법 제41조의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일)에 따라 당초 예정대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취재 결과 국회 개원 및 원 구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4일 저녁 마련된 두 원내대표 회동은 1시간30분간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민주당과 통합당 양쪽에서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기존의 입장차를 좁혀 실질적인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대화도 몇 차례 오갔다. 그 과정에서 통합당이 “예결위를 내놓을 테니 법사위는 포기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한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그동안 국회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여오다가 “하나씩 주고받자”는 지점까지는 논의가 진전된 것이다. 1차 시도 실패 후 이번에는 민주당이 통합당에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동의하면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넘기는 걸 고려하겠다”는 제안을 던졌는데 이번에는 통합당이 수용 불가를 외쳤다. 결국 팽팽하게 맞선 ‘법사위 줄다리기’가 원 구성 협상의 최대 난제였던 셈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5일 아침엔 “여야가 본회의 전에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가 전날 저녁 회동에서 5일 오전 9시로 예정된 통합당 의원총회를 지켜본 뒤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통합당 의원총회 결과 본회의장에 입장은 하되 국회의장 선출 투표 직전에 주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한 뒤 전원 퇴장하기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합의 개원’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의장단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개원에는 협조하기로 한 데 대해 “아예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21대 국회 첫날부터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이 이처럼 본회의 출석 후 퇴장으로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양당 원내대표는 8일까지 사흘간 시한부 협상을 다시 시도한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몇대몇으로 나눌지, 그중에서도 법사위원장을 어디서 가져갈지가 핵심 쟁점이다. 통합당에서는 이날 “법사위를 못 가져오면 야당이 존재할 필요도 없다”거나 “최소한의 정부·여당 견제가 안 돼 4년간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는 등 ‘항전론’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상임위원장 선출마저 여야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면 21대 국회 시작부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민주당에겐 제1야당이 불참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도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18대0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심하고, 결국 11대7 정도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두 원내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의장이 결단하겠다”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심새롬·윤정민·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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