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운명의 날···세계 4대 자본시장 지위, 트럼프 손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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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르면 28일(현지시간)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계속 유지했던 특별지위 박탈을 포함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에 제정 대응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르면 28일(현지시간)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계속 유지했던 특별지위 박탈을 포함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에 제정 대응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홍콩의 자치권이 근본적으로 훼손돼 더는 특별대우를 보증하지 못한다"라고 의회에 통보했다. 대중국 관세와 비자 면제를 포함한 홍콩 특별지위 박탈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세계 4대 자본시장인 홍콩의 운명은 특별지위를 완전히 박탈할지 또는 제한적인 표적 제재를 할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선택에 달렸다.

2018년 홍콩 시가총액은 4828조원, #뉴욕·도쿄·런던증시 이은 세계 4위 #"특별지위 박탈은 자본 대탈주 야기"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박탈 가능해 #보안법 주도 中 관리·공안기관 대상 #표적 제재부터 먼저 할 가능성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포함한 일련의 행동은 중·영 공동선언(홍콩 반환협정) 아래 홍콩의 자치와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며 "홍콩에 더는 미국 법률에 따른 특별대우를 보증할 수 없다"라고 통보했다. 그는 또 "앞으로 홍콩이 충분한 자치권을 회복했다고 다시 인증하기를 바라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요원하다"라고도 했다.

이어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브리핑에서 홍콩 특별대우 적용 중단과 홍콩의 자유와 자치권을 침해하는 제재 조항을 포함해 "홍콩 정책법(1992)과 홍콩 인권·민주주의법(2019)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와 비자 제재를 예로 들면서 "대통령은 아주 긴 대응 조치 목록을 갖고 있다"며 "광범위한 제재가 될 수도 있고, 개인에 관한 제재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정책법에 따라 홍콩이 충분히 자치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결정한 뒤 행정명령으로 특별대우 적용을 중단할 수 있다. 또, 홍콩 인권·민주주의법에 따라 홍콩 자치권을 침해한 중국 관리와 기관을 표적 제재할 수도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특별지위의 전면 박탈 가능성도 열어놨다. "베이징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더이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이는 대통령의 결심이나 선택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도 향후 1년 후 홍콩이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일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기업 이전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홍콩 경찰이 27일 밤 홍콩 시내에서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27일 밤 홍콩 시내에서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홍콩 정책법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을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계속 신뢰하고, 경제·무역·금융·통화·해운 등 양자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내용의 미·홍콩 관계 기본법이다. 그 핵심은 홍콩의 자치를 전제로 경제·무역에서 중국과 별개 영토로 대우하는 특별지위다. 고정 환율제에 따른 미 달러와 홍콩 달러의 자유로운 교환을 허용하고, 미국 기업의 홍콩 진출도 권장했다.

현재 미국은 전체 중국 대미 수출의 47.2%(2500억 달러 규모)엔 25%, 22.6%(1200억 달러)엔 7.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만, 홍콩은 예외로 하고 있다.

홍콩은 뉴욕·도쿄·런던에 이어 세계 4대 자본시장이다. 2018년 기준 2315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3조 9000억 달러(4828조원)에 달한다. 본사와 아시아 사무소를 합쳐 1300개의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홍콩 직접투자도 825억 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자본 대탈출(exodus)을 부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빌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CNN 방송에 "홍콩의 특별지위 상실은 단순히 미국 기업의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뛰어넘어 자본의 대탈출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금융허브로서 홍콩에 나쁜 소식이며, 돈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은행들에 홍콩에 대해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올린스 미·중 관계위원회 회장은 "재앙적"이라며 "홍콩 특별지위를 끝내면 중국 본토인이 아니라 홍콩 주민에게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호하겠다는 대상을 향해 총질하는 격"이라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고위 관리에 대한 표적 제재와 새로운 관세, 중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등 다양한 옵션을 만들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우선은 홍콩 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고위 관리와 중국 공안기관,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내 자산 동결, 비자발급 제한과 같은 표적 제재를 초기 조치로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하면서다.

홍콩의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우대를 중단하는 부분적인 특별지위 박탈, 홍콩에 기업 소재지를 등록해 특별지위를 악용하는 중국 기업들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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