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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조사 팔 걷어부친 대통령···여야는 '3법 촉구' 한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부터 특별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부터 특별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소년 성 착취물이 불법 제작·유포돼 충격을 던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해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은 23일 “경찰은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고,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경찰에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경찰청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번 사건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안전, 기본적 인권과 관련한 문제라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총 124명을 검거하고, 이른바 ‘박사방’의 운영자 조모(26)씨를 포함해 18명을 구속하는 등 n번방 운영에 적극 가담한 이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날 여론을 반영해 단순 시청한 이들도 최대한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만큼 단순 이용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부 여성단체는 n번방 이용자가 최대 26만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정부가 불법 영상물 삭제 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는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개학 연기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난 뒤 “(n번방) 피해자와 가입자에 학생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청소년 대상 성 감수성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n번방 운영자 또는 이용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3건의 참여인원은 426만명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은 신상 공개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내일 ‘박사방’ 운영자 신상공개 문제가 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에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위원회 결정을 보고 국민 청원에 추가로 답변을 할 내용이 있는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n번방 사건’에 대한 강력 대응과 관련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간담회에서 “21세기판 인신매매가 다시 터지지 못하게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n번방 사건 재발방지 3법’을 이번 국회 임기 중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재발방지 3법’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불법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다운로드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n번방 가해자들의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동시에 야당은 n번방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조국 전 장관’과 엮었다. 정원석 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n번방 가해자들의 영웅 조국’이라는 논평에서 “이들의 영웅 조국으로 인해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신의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정의를 남용한 포토라인 공개금지 수혜자 제1호 ‘조국 전 장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은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제 정당에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한다”며 “날로 지능화되고 재범 우려가 큰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법 제정을 21대 국회로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화상 최고위원회의에서 “좌우·진보보수 가릴 거 없이 합심해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성민·하준호·이병준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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