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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또 2주 미뤄 '4월 6일' 유력···수능도, 맞벌이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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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늦춰진 상태다. 15일 서울 서초구 이수중학교 정문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늦춰진 상태다. 15일 서울 서초구 이수중학교 정문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검토중인 유치원, 초중고교의 추가 개학 연기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현실화될 경우 교육계는 물론 학생·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 관계자는 “내일(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국무회의를 거쳐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 관계자도 "중대본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방침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선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2주를 추가로 연기해 4월 6일에 개학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개학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미뤄지게 되면 학교들의 수업일 조정이 불가피하다. 대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에선 ‘돌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미성년 확진 500명↑…'3차 연기' 유력

교육부는 당초 지난 2일이었던 개학을 지난 9일과 오는 23일로 두 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다.

특히 만19세 이하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의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선 3차 개학 연기는 23일에서 2주 더 미뤄진 다음달 6일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상황을 점검하며 방역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상황을 점검하며 방역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차 개학 연기는 1·2차 연기와 달리 교육 전반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휴업이 3주 이상 이어지면 연간 수업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개학 연기의 장기화에 대비해 지난달 24일 학교에 배포한 ‘2020학년도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3주 연기는 1단계 휴업(평일 15일, 주말 포함 3주)에 해당된다. 별도의 감축 없이 방학을 줄여서 수업일을 확보할 수 있다.

2단계 휴업 돌입 시 수업시수 10% 감축 

반면 개학이 4월 초로 늦춰지면 2단계 휴업에 돌입하게 된다. 2단계는 16~34일(주말 포함 4~7주) 동안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를 뜻한다. 이때는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고 190일)의 10% 내에서 수업일수를 감축해야 한다. 유치원은 최대 18일, 초‧중‧고는 19일을 줄일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을 방문해 코로나19로 개학 연기에 따른 학생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을 방문해 코로나19로 개학 연기에 따른 학생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개학을 한 번 더 미루면 중간고사, 내신평가 일정이 꼬이게 된다. 통상 중‧고교는 1학기 중간고사를 4월 말이나 5월 초에 치르는데, 4월에 개학하면 시험 일정이 5월 말로 미뤄지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업시수 확보를 위해 이미 1학기 중간고사를 지필고사가 아닌 수행평가 형태로 실시하라고 권장한 상태지만, 일부 교사와 학부모는 “수행평가는 변별력이 떨어지고 교사 주관이 개입돼 불공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입 수능도 연기해야" 주장도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대입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험생들의 수업결손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4월에 개학하면 수시 원서접수 전(8월 31일)까지 학교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록하고 점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대입 일정 조정을 요구하는 근거 중 하나다. 여름방학이 단축되면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준비하는 학생은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시간도 줄어든다.

정부가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의 개학을 2주 더 연기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대전시내의 한 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이 놀이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의 개학을 2주 더 연기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대전시내의 한 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이 놀이를 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학이 연기되면 수능을 1~2주 연기해 학업결손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2017년 포항 지진 때처럼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더라도 채점을 서둘러 하면 전체 입시 일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는 3단계 휴업(평일 25일, 주말 포함 8주 이상)이 아닌 이상 수능 연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다.

휴업 장기화로 맞벌이 부부 '비상'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도 문제다. 정부는 개학이 연기된 지난 2일부터 긴급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초등학생 신청률은 2%대 수준이다. 정부가 돌봄 시간 연장, 도시락 제공 등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집단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미비한 프로그램 때문에 꺼리는 학부모도 많다.

직장에 다니며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맞벌이라 긴급돌봄이 필요하지만, 감염도 우려되고 돌봄 교실에서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아 맡기지 않고 있다”며 “휴업이 더 길어지면 휴직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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