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했지만,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숙박업소·백화점 등 상당수 업종 매출액에는 타격을 입혔지만, 곧바로 고용 감소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자리 지표가 대표적인 경기 후행 지표인 만큼 이달부터는 일자리 감소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를 구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총 138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만6000명 증가했다. 업황 부진 국면을 오랫동안 이어온 제조업에선 2만7000명이 줄었다. 반면 서비스업에선 39만1000명이 증가했다. 특히 음식·숙박업, 운수업, 도·소매 등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 서비스 업종에서도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었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가입자가 늘었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은 물론, 300인 이하 중소기업의 가입자 역시 모두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왜 안 줄었나
정부는 이 같은 지표가 나온 이유로 경기 변동 여파가 뒤늦게 반영되는 일자리 지표의 특성을 든다. 사업체들은 '코로나 쇼크'로 돈벌이가 안 되더라도 갑자기 직원을 해고하기보다는 일단은 버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업을 접거나 직원을 줄인다. 이 때문에 지난달 줄어들지 않은 고용보험 가입자는 이달부터 감소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또 고용보험 가입자 집계일에 따라 지난 1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의 상황만 이번 통계에 반영되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고용보험 자격 취득·상실 신고는 매달 15일까지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영진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대구·경북 등지를 시작으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시점은 지난달 18일로 고용보험 신고일(15일) 이후"라며 "확진 속도가 빨라진 최근까지의 상황은 다음 달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직급여 신청엔 코로나 여파 있나
실업자에게 지급하는 구직급여(실업수당)를 새롭게 신청한 사람은 1년 전 보다 늘었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7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8만명)보다 2만7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센터 영업일이 한 해 전보다 3일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1만1000명 증가한 것에 그친다. 지난달 신청자는 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지난 1월 신청자(17만4000명)보다는 적었다.
이 과장은 "2018년 1월에도 영업일 증가로 구직급여 신청자가 늘어난 적이 있어, 지난달 증가 폭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며 "고용보험 가입자, 구직급여 신청자 등 모두에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노동시장 내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