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걸림돌”→“경기 전반 위축” 한달 새 바뀐 KDI 경기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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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2월)”→“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3월)”.

한달 새 바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 경제 진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다. KDI는 8일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매달 발간하는 월간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

코로나19감염된한국경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감염된한국경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월 일평균 수출 11.7%↓

당장 ‘경제 밥줄’인 수출이 끊겼다.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2월 수출이 급감했다. 2월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줄었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KDI는 “중국 내 수요가 둔화하고 중국산 부품의 수급 차질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줄어 2월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줄었다. 사진은 지난달 부산 남구 감만부두와 신선대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중앙포토

2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줄었다. 사진은 지난달 부산 남구 감만부두와 신선대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중앙포토

대외경제 여건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향하는 무역이 신종 코로나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앞서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4%로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OECD는 한국 경제성장률도 2%에 턱걸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기업·금융시장 심리 ↓

가계·기업의 공포심도 건드렸다. 회복 흐름을 나타내던 소비도 신종 코로나 발생 후 빠르게 움츠러들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104.2)보다 7.3포인트 급락한 96.9를 기록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퍼졌던 2015년 6월 하락 폭과 같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생활형편·경기·수입 등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3월 소비심리는 2월보다 더 위축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가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했는데,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 10~17일 조사했다. 소비위축의 영향을 모두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임시휴업 안내가 붙은 서울 중구 음식점. 연합뉴스

임시휴업 안내가 붙은 서울 중구 음식점. 연합뉴스

불안한 미래에 기업은 투자를 줄였다.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8.9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에 경기 침체를 겪었던 2009년 2월(62.4) 이후 1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조사 기간에는 신종 코로나 낙관론이 우세했는데도 경기 전망치가 낮은 것을 보면 기업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는 조사 수치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경기 하방 압력을 받았다. KDI는 “2월 말 코스피 지수가 1월 말(2119)보다 6.2% 하락한 1987을 기록했다”며 “월초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하는 모양새였지만,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다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져 2월 말 원·달러환율은 1월 말(1191.8원)보다 21.9원(1.8%) 오른 1213.7원을 기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 “회복 시급한 곳부터”

정부가 11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급히 투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신종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한국 경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피해 계층에 대한 ‘족집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히 회복이 시급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경이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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