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배터리 게이트’에 배상금…코로나로 신제품 출시도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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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발열검사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상하이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발열검사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배터리 게이트’와 ‘코로나’ 이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거액을 내놓게 됐고, 아이폰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구형 아이폰 1대당 25달러 지급  

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해 최대 5억달러(5950억원)을 물기로 최근 합의했다. ‘배터리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구형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한 후에 속도가 느려지고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일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 애플은 배터리 성능을 낮춘 것은 맞지만 "구형 아이폰에서 갑자기 다운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애플은 당시 공식 사과와 함께 문제가 된 모델에 대해 배터리 교환 금액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낮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애플은 결국 이번 합의안을 내놓게 됐다.

합의안에 따라 애플은 아이폰 구매자 1명당 25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iOS 10.2.1 이상을 이용하던 아이폰6ㆍ6플러스ㆍ6sㆍ6s플러스ㆍ7ㆍ7플러스ㆍSE 소비자들이 지급 대상이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아이폰 판매량을 감안하면 애플이 지불해야 할 돈은 최소 3억1000만 달러에서 최대 5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측 변호인들은 이번 합의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적절하다”며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이 합의안을 승인하면 최종 확정된다.

아이폰 차기작 생산에 차질 생길 수도  

애플은 코로나19에도 발목이 잡혀 있다. 당장 3월말쯤 출시해 4월부터 판매하려던 중저가 모델인 아이폰9(가칭)의 생산이 불투명해졌다. 아이폰 생산의 90%를 책임지고 있는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아직 완전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애플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코로나19”라며 중국 중심의 생산 방식을 꼬집었다.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 연합뉴스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 연합뉴스

IT업계는 폭스콘 등 중국 내 아이폰 조립공장의 가동률을 4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폭스콘이 근로자 복귀에 인센티브까지 내걸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두려워하는 현장인력들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애플이 신제품 출시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아이폰9의 출시 시기가 아예 가을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1분기뿐 아니라 2분기 실적도 암울  

애플도 최근엔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지난달 17일 1분기 실적 전망 보고를 통해 “코로나19로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애플 전문 분석가로 유명한 밍치궈 TF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최근 전망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아이폰 카메라 렌즈 제조사의 공급량이 지난 한 달간 크게 줄었다”면서 “카메라 렌즈 재고가 한 달 분량밖에 남지 않아 대량생산은 5월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플의 1분기 매출뿐 아니라 2분기 전망 역시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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