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1%대 상승률 유지한 소비자물가, "마스크 가격 5배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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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올랐다. 지난해 9월 ‘마이너스 물가’(-0.4%)를 기록한 뒤 12개월 연속 0%대였던 물가 상승률이 2개월째 1%대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단체 여행비·국제항공료·생화 등의 가격은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가격은 5배 폭등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다만 마스크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 #소비자물가 2개월 연속 1%대 상승 #서비스물가 상승률 20년만에 최저 #최근 급등한 마스크 가격은 반영안돼

소비자 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소비자 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1% 오른 105.8(2015년=100)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물가가 오른 건 농산물·석유류의 가격이 올라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8월 0%를 기록했고 9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은 뒤 줄곧 0%대에 머무르다 올해 1%대로 반등했다. 2월 상승률은 1월(1.5%)보다 0.4%포인트 낮아져 오름세는 둔화한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화훼 분야의 사정이 물가에 그대로 드러났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해외단체 여행비가 1월보다 5.8% 하락했고, 국제항공료도 4.2% 하락했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졸업식 등이 취소가 된 경우가 많아 생화 가격이 11.8% 떨어졌다”고 밝혔다.

서비스물가 “IMF 이후 최저”

통상적으로 연초에 오르는 외식 물가는 1월과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0.7% 올랐지만,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외식 물가가 정체하면서 서비스 분야 물가도 지난해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던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해외단체여행비(-8.9%)·생선회(-2.1%)·병원검사료(-14.2%) 등 가격이 내려가며 서비스물가를 끌어내렸다.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근원물가 7개월 연속 0%대 상승

국내 기업과 가계의 수요 부진은 여전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의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0.6%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0%대 상승이다. 근원물가는 코로나19처럼 일시적인 충격이나 계절적 요인을 제외해 장기적인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다.

마스크 가격은 반영 안 돼

최근 품귀 현상을 빚는 등 가격이 오른 마스크 가격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앞서 통계청은 마스크를 소비자물가지수 예비품목에 포함해 지난 1월부터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2000원대 초반, 온라인에서 800원대로 팔리던 마스크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에서 3000~4000원까지 올랐다. 안형준 심의관은 “대구 신천지 사태 이후에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온라인 가격이 다시 급상승했지만, 최근 마스크 공적 물량이 보급돼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추세가 하락 전환했다”고 말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의 물가는

당초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초·중반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지만, 실제 저물가 기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월보다 0.1%포인트 낮아진 1.7%를 기록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96.9로 전월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안형준 심의관은 “3월 시작되는 무상교육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인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치적 요인의 영향으로 물가가 계속해서 오른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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