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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 텅 비고…“당분간 김해 친정에” 엑소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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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부터 대구광역시의 친정에 머물렀던 윤모(33)씨는 20일 친정을 떠났다. 윤씨는 “다른 지역에서 군 복무를 하는 남편이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연락해 왔다”며 “친정 부모님도 대구를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해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민 외출 꺼려 동대구역도 한산 #백화점·도서관 잇따라 휴점·휴관 #음압병실 65개뿐…격리시설 부족 #초중고·유치원 개학 1주일 연기

대구·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첫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을 떠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서울에서 장기 출장 생활을 하는 구모(38)씨는 대구에 있는 부인과 딸을 데려올 계획이다. 사택에서 생활 중인 구씨는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서울에 방을 얻어 가족과 함께 지낼 예정”이라며 “면역력이 약한 4세 딸이 감염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렇게 대처하자 -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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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재(35)씨는 부인과 두 자녀를 경남 김해의 친정으로 보내려 했지만 부인이 따르지 않아 애태우고 있다. 송씨는 “자녀를 위해서도 일단 떠나야 한다고 설득시켜 친정으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의 한 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종호(32)씨는 부모님으로부터 귀경 독촉 전화를 받았다. “대구·경북 전역에 코로나19가 완전히 퍼져 위험하다. 어서 빨리 서울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시민들은 외출을 극도로 자제했다. 20일 오후 1시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음식점을 하는 김모(41)씨는 “평상시에는 점심 손님들로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였는데 오늘은 손님이 세 팀밖에 안 왔다”며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대구역 구내의 한 식당 업주는 “코로나19 확진자 무더기 발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오늘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한숨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도시철도 이용객도 감소해 객차 내부는 종일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구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치원 341곳과 초·중·고·특수학교 459곳의 개학을 다음 달 9일로 1주일 연기했다. 9개 시립도서관도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휴관하기로 했다. 대구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이용객도 줄어 휴관을 결정했다”며 “사태 추이에 따라 휴관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20일 오후 방역작업을 위해 농수산물을 모두 빼냈다. 1988년 시장이 생긴 후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도 33번 환자 방문 사실을 통보받고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음압병실 등 시설 부족 우려도 현실화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 음압병실은 모두 65개지만 20일 오후 5시 현재 이 중 40개는 이미 사용 중이다. 확진자 급증 추세를 고려하면 추가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대구=이은지·김정석·백경서·진창일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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