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 신천지 최소 38명 확진…전주·대전 신도도 다녀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천지 총회본부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의 한 상가건물 입구에 예배와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는 신천지 측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총회본부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의 한 상가건물 입구에 예배와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는 신천지 측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대구교회 한 곳에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십 명이 나오면서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전국적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최소 3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함께 예배 본 1001명 중 90명 “증상” #396명 연락 안 돼…추가 발생 가능성 #“교인이라는 것 가족에도 잘 안 알려 #방역당국, 조직 특성 알고 대처해야”

신천지교회는 지역 간 상호 교류를 하기 때문에 대구에 다녀간 다른 지역 교인들이 전파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교회 교인 6명이 대구교회 첫 확진자인 31번(61·여)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수도권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교회 소속 교인만 9000명 달해

20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수십 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곳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교회 소속 전체 교인 수는 9000명가량으로 알려졌다. 31번 환자는 지난 9·16일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지만 예배에 간다며 외출했다. 이후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31번이 이 교회의 최초 전파자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는 교인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31번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사람 모두를 전수조사했다. 1001명 중 증상이 있다고 답한 인원이 90명(9%), 없다는 사람은 515명(51.4%)이었다. 396명(39.6%)은 연락이 안 됐다. 확진자 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감염이 대구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천지교회는 전국 곳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인들의 왕래 정도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감염 클러스터(cluster·무리)’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이외 경북 지역의 교인 83명이 이 교회를 다녀갔다. 특히 대구와 인접한 경산(69명)에 집중돼 있다. 20일 경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교회 교인도 대구교회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심 증상을 보였던 과천 교인 1명은 다행히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 측 “총본부·교회 등 잠정 폐쇄”

코로나19 이렇게 대처하자 - 정부와 지자체

코로나19 이렇게 대처하자 - 정부와 지자체

관련기사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은 물론 과천 주민들까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과천 신천지교회는 폐쇄 상태다. 이 교회는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10층짜리 건물 안에 있다. 해당 건물에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병원·미용실·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이 다수 입점해 있다. 신천지교회 측은 “총본부인 과천의 총회 건물을 비롯해 전국 교회와 시온기독교센터, 카페와 복음방 등 모든 시설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과천시 별양동에 사는 주부 정모(37)씨는 “누가 신천지 교인인지 알 수 없어 밖에 나가기 꺼려진다. 대형마트 건물에 신천지교회가 있어 걱정스럽다. 아이들도 근처에는 당분간 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종천 시장은 “신천지 신도들의 대중교통 이동 동선에 있는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상가 지역 개방화장실, 자전거 대여소 등에 대해 전면 소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지역 교인 2명도 대구교회에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 격리 중이다. 이들은 지난 8~9일 대구교회 예배에 참여했다. 한 명은 지하 1층, 다른 한 명은 1층에 있어 4층에 있던 31번과 직접 접촉은 없었다고 한다. 이밖에 전북 전주, 제주 등 전국 곳곳의 신천지 교인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교회 교인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전 신천지교회는 긴급 방역과 출입통제가 이뤄졌다. 대전교회 측은 해당 교인이 지난 12일 오전 방문해 1시간가량 예배 후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 사람은 별다른 증상 없이 자가 격리중이다.

대구교회는 신천지교회가 전국에 꾸리고 있는 12지파 중 하나인 다대오지파다. 대구·경북 지역에 해당하는 다대오지파에는 대구 외에도 포항·안동·경주·구미 등 5개 도시의 신천지교회가 속한다. 같은 지파 소속인 이들 교회 간에는 상호 교류를 하지만 외부에는 폐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피해자 상담사’로 활동 중인 전도사 윤재덕씨는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신천지는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쉬쉬하고 자기 조직을 지키려는 폐쇄성이 있다”며 “(방역 당국이) 조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교회에서 20년간 서울교회 목사로 활동하다 2006년 탈퇴해 신천지문제전문상담소를 운영하는 신현욱(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목사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신천지교회에선 가족들에게도 자기가 교인인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 확진자의 가족, 이동 동선을 면밀히 체크해야 다른 지역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석경민·백성호 기자,
대구=위성욱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