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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전쟁난 듯…약국 열자 손소독제 200개 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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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 가겠어요. 시설 폐쇄 같은 강제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9일 오후 2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 대구교회(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당분간 교회 문을 못 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백화점 “점심에도 손님 없어” #은행엔 ‘업무 외 출입금지’ 팻말 #역학조사 인력, 음압병실 모자라 #권영진, 정세균에 “전문인력 지원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교회에서 불과 20~30m 거리에 있는 약국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모두 판매됐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화장품 판매점에도 마스크가 동났고, 손소독제는 고가의 소형 제품만 남아 있었다. 인근 병원과 약국에는 가까운 보건소 연락처와 함께 “감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절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힌 안내문이 나붙었고, 교회 바로 옆 금융기관에는 ‘업무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부착됐다. 이 지역에는 한때 “신천지 교인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빌라가 있다”는 루머가 나돌아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주민 불안감이 가중되자 이날 오후 긴급 방역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대구시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정오쯤 중구 덕산동의 한 약국에서 만난 약사 박모(55)씨는 “하루 만에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문을 연 후 3시간 만에 손소독제 200여 개가 다 팔렸고, 20개가 넘던 체온계도 매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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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던 인근 동아백화점 지하 1층 이벤트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동아백화점에서 14년째 근무 중인 이모(56)씨는 “평소에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옷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오늘은 겨우 티셔츠 4장 팔았다”고 말했다.

동성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지호(35)씨는 “손님들의 체온 확인을 위해 체온계가 필요했는데, 약국 네 군데를 들른 뒤에야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 카드사에 근무하는 류지은(30)씨는 카드영업을 하는 설계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사비로 손소독제 7개를 샀다. 류씨는 “고객이 안심하도록 손소독제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교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1번 환자의 입원 병원이 있는 수성구 소재 한 회사는 확진자와 접촉 후 발열 증세를 보이는 직원이 있어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대구시는 인프라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구 지역에는 음압병실 48개가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병실 수는 더 적은 형편이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중환자나 다른 호흡기질환 환자가 사용 중이라서다. 역학조사관도 부족한 실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역학조사 및 확진자 치료를 위한 전문인력과 재난 특별교부세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마스크를 쓴 채 대구시청을 찾은 정 총리는 “행정적·재정적 조치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신진호·이은지·위성욱·진창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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