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망 2000명 돌파…붉은 완장 ‘홍위병식 폭력’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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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9일 오전 발표에서 18일 하루 13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현재 사망자는 2009명이다. 역병과의 싸움이 장기화하며 사망자가 계속 나오자 일부 지역에선 방역 조치를 이유로 문화대혁명 시대를 연상시키는 폭력 행위가 자행되고 있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는 18일 ‘방역의 깃발 아래 이래도 되나’라는 제하의 글로 붉은 완장을 찬 이들의 무법적 행태를 고발했다. 샤커다오가 전한 현장들이다.

인민일보 SNS판 무법현장 고발 #가족 마작판 덮쳐 따귀 때리고 #마스크 안 쓴 조깅족 강제 격리 #주인과 산책길 반려견 때려죽여

#장면1 한 가족 세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작을 즐기던 도중 갑자기 붉은 완장을 찬 사람이 들이닥쳐 마작 테이블을 내리치며 판을 엎었다. 분개한 젊은 아들이 일어나 완장 찬 이를 향해 마작 패를 던졌다. 그러자 문 앞에 있던 붉은 완장을 찬 동료들이 집안으로 밀려들어 순식간에 아들에게 따귀를 세 대 때렸다. 아들은 집 밖으로 끌려나가며 소리쳤다. “집안 식구가 한 테이블에서 밥도 같이 못 먹는가.” 후베이(湖北)성 샤오간(孝感)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마작 놀이 등을 하는 걸 금지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따귀를 맞아야 했다.

아무도 없는 단지에서 조깅을 하던 교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혀 14일 강제 격리 조치 처분을 받았다. [중국 인민망 캡처]

아무도 없는 단지에서 조깅을 하던 교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혀 14일 강제 격리 조치 처분을 받았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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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장시(江西)성 펑청(豊城)에선 한 교사가 아무도 없는 단지 안에서 혼자서 조깅하다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혔다. 이 교사는 중국 호흡기 질병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중난산(鍾南山)의 말을 거론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통하지 않았다. “집에서나 인적이 드문 곳에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중난산 원사도 말하지 않았느냐”고 호소했으나 결국 14일의 강제 격리 처분을 받았다. 직장에서도 처벌을 받아야 할 운명에 처했다.

#장면3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반려견을 데리고 거리에 나와 산보하는 걸 금지했다. 그런데 주인이 무심코 밖으로 데리고 나온 반려견을 방역 업무를 집행한다는 이들이 두들겨 패 즉사했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장면4 우한(武漢)시는 이달 초 급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기 위해 대학교 기숙사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에 우한상학원(武漢商學院)도 동참하기로 했는데 방학을 맞아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의 소지품이 문제가 됐다. 학교 당국은 기숙사 방 안에 있는 학생 물품을 되는 대로 봉지 등에 담아 아래층으로 집어 던졌다. 이때문에 기숙사 건물은 쓰레기장으로 변했고 학생들은 갑작스레 소지품을 잃는 황당한 경우에 처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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