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중 정상회담···겉은 대북협력, 숨은 의제는 중거리미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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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左), 문 대통령(右)

시진핑(左), 문 대통령(右)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는 드러난 의제와 숨은 의제가 있다. 드러난 의제는 대북 협력이고, 숨은 의제는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다.

문 대통령·시진핑 오늘 베이징 회담 #북 ICBM 도발엔 반대 한목소리 #시주석, 대북 제재 완화 꺼낼수도 #미 중거리미사일 문제 거론 가능성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연말 고강도 도발을 위협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라 시의적절하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한국 정부가 주도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양 정상이 협의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말아야 하고,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는 중국 입장에서도 용인하기 힘든 도발이다. 2017년 4월 불거졌던 ‘한반도 위기설’도 내막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다 중국이 ‘장기간 국경 봉쇄’ 등의 카드로 압박하자 포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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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이 3국 정상회의라는 외교적 빅 이벤트를 여는데 북한이 도발하면 시 주석의 체면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 도발 억지뿐 아니라 대북제재 완화가 한·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지난 17일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남북 철도사업을 포함한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기습적으로 제출, 미국과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시 주석이 이런 접근법에 대한 협력을 요청할 경우 문 대통령의 입장이 난감해질 수도 있다.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히 제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국은 2017년 10월 ‘교류·협력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한한령은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사드 배치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데다 이를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연결하며 한발 더 나아가는 분위기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략(INF) 조약 탈퇴 뒤 한국,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언론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며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에 물어 보라”고 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왕 위원의 발언 행간에는 ‘사드 문제도 아직 안 끝났는데 중거리 미사일 문제까지 더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아주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논의나 검토한 적이 없고, 앞으로 할 계획도 없다”고 했는데(8월 6일 국회), 이를 문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확인받으려 할 수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고위급 대화에서 ‘INF는 미·러 양자 간 문제인데 한·중 관계에 영향이 파급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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