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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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승현 기자 중앙일보 사회 디렉터
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 논설위원

언론사 카메라 기자 너댓명이 검찰청 회전문 밖으로 밀려 쫓겨났다. 한 기자가 욕설을 내뱉으며 버티는 사이 다른 기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드러누웠지만, 검찰 직원의 완력을 견디지 못했다. 약 20년 전 서울의 한 검찰청에서의 해프닝은 당시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를 방관한다는 비판을 받자 검찰청사 내부에서의 촬영을 전격적으로 금지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바닥에 널브러져 “검찰 저 XX들을 어떻게 믿어”라고 자책하던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 비슷한 충돌이 반복된 뒤 포토라인이 검찰청사 밖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기자의 자리’는 검찰청에서 점점 멀어져 왔다. 오랜 시간 검찰의 공과(功過)를 지켜본 서울중앙지검 1층의 기자실도 지난 2012년 신축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옮겨 수사 현장과 격리됐다. 당시 “발표하는 것만 받아쓰라는 거냐”는 반발은 피의자 인권 보호에 밀렸다. 최근엔 법무부가 ‘오보 기자 출입 제한’ 등의 내용을 법무부 훈령(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검찰뿐 아니라 모든 부처는 기자를 멀리하고 필요할 때만 이용하려 했다. 정부 청사 안을 마음대로 살펴보는 ‘워치독(watchdog·감시견)’보다는 브리핑룸에 얌전히 앉아 있는 ‘랩독(lapdog·애완견)’을 선호했다. 잘한 일만 국민에게 알려 정권을 연장하려는 권력과 정부의 속성에 따른 당연한 행태다. 동시에 언론이 불신과 혐오 속에서도 법무부 훈령 따위에 위축되지 않고 본연의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전 확전의 원인인 ‘통킹만 사건’이 미국 정부에 의해 조작됐다고 폭로한 독립 언론인 이지 스톤(1907~1989)이 후학에게 남긴 말-평전 제목이기도 하다-이 어느 때보다 묵직한 화두로 다가온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All governments lie).”

김승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