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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위스키 색깔이 캐러멜 색소라니…실망했나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36)

투명했던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색이 입혀진다. 흔히 ‘호박색’이라 불리는 위스키 색은 어두운 바에서 밝은 조명을 받아 더 아름답게 빛난다. 만약 위스키가 파란색이나 초록색이라면, 투명한 잔에서 찰랑거리는 모습이 왠지 가벼워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위스키 색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위스키 색은 오크통이 만들어낸 자연 그대로의 색이 아니다. 캐러멜 색소로 만든 색이다.

품질 유지 위해 캐러멜 색소 혼합 

처음부터 위스키에 캐러멜 색소를 쓴 건 아니다. 캐러멜 색소는 블렌디드 위스키 제조에 쓰였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대량생산을 위해 몰트위스키에 값싼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것인데, 가장 중요한 건 품질유지다. 만일 조니워커나 발렌타인을 살 때마다 위스키 색이 다르다면,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다. 블렌디드 위스키 제조업체들은 일정한 색의 유지가 소비자 신뢰로 이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박색’을 캐러멜 색소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블렌디드 위스키,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호박색. [사진 김대영]

블렌디드 위스키,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호박색. [사진 김대영]

싱글몰트위스키에도 캐러멜 색소가 널리 쓰인다. 스코틀랜드와 일본 등에서는 캐러멜 색소를 쓰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마시는 위스키 라벨에 ‘넌 컬러링(non-coloring)’, ‘내츄럴 컬러(natural color)’와 같은 문구가 없다면, 십중팔구는 캐러멜 색소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캐러멜 색소를 쓰지 않는다고 선언한 증류소도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캐러멜 색소를 쓴다. 호박색은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캐러멜 색소를 쓰지 않은 위스키. 라벨에 ‘내츄럴 컬러(NATURAL COLOUR)’라는 문구가 있다. [사진 김대영]

캐러멜 색소를 쓰지 않은 위스키. 라벨에 ‘내츄럴 컬러(NATURAL COLOUR)’라는 문구가 있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 숙성에 사용하는 오크통은 여러 번 사용한다. 처음 사용하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는 대부분 색이 진하다. 검은색에 가까운 위스키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오크통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위스키에 배어드는 오크통의 색은 점점 옅어진다. 호박색을 거쳐 노란색으로 변한다. 어떤 위스키는 거의 투명하면서 아주 살짝 노란 빛만 띠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몇 번째 사용하는 오크통에 숙성된 위스키인지도 중요한 정보가 됐다. ‘퍼스트 필 배럴(1st fill barrel)’, ‘퍼스트 필 혹스 헤드(1st fill hogshead)’와 같은 표기를 싱글몰트위스키에선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표기가 있는 위스키는 오크통이 가진 색과 맛, 그리고 향을 보다 많이 흡수해서 맛이 굉장히 분명한 편이다. 어떤 이들은 맛의 특징이 분명한 ‘첫 번째 오크통 숙성 위스키’만 선호하기도 한다.

더 글렌리벳 나두라 퍼스트필 셀렉션. 라벨 우측 하단에 ‘FIRST FILL’을 강조했다. [사진 김대영]

더 글렌리벳 나두라 퍼스트필 셀렉션. 라벨 우측 하단에 ‘FIRST FILL’을 강조했다. [사진 김대영]

색 옅다고 맛없지 않아  

색이 옅은 위스키가 맛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록 색은 옅어도 30년 이상 위스키를 숙성시켰던 오크통에서 재숙성하는 경우라면 오래된 위스키의 맛이 배어들 수 있다. 숙성기간이 짧아도 오랜 숙성을 거친 위스키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위스키의 아름다운 호박색은 좋은 위스키 맛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겉모습이 꼭 그 사람의 내면까지 일치하지 않듯이 위스키도 색으로 위스키를 판단할 수는 없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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