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 2026년 1%대로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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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6년 이후 1%로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1일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과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2% 초반을 기록하다 이후에는 1%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자본·노동 등 모든 자원을 활용해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현대경제硏 분석 보고서 발표

한국 잠재성장률과 생산요소별 기여도.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한국 잠재성장률과 생산요소별 기여도.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5%로 추정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7%대였다가 외환위기 이후 5.6%(1996~200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2%(2011~2015년)로 빠르게 하락해 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이유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만 15세부터 64세)가 줄어들어 경제 활력이 약해진 점 ▶투자가 위축되고 축적된 자본이 줄어든 점▶새로운 성장 산업이 나오지 않고 고부가 서비스업의 성장세가 위축되고 있는 점▶연구개발(R&D) 투자 성과가 낮고 국내 연구 인력이 해외를 선호하는 추세 등을 들었다.

한국은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성장의 주요 축인 노동에 투입될 수 있는 자원이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투자 부진과 자본 축적 저하도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이 됐다. 1980년대 10%대 이상이었던 건설·설비·지식재산 분야 투자 증가율이 2010년대 들어 1~5%대로 위축됐다.

제조업 분야에서 과거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이 여전히 주력 산업의 역할을 하면서 산업 재편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보고서는 “과거 성장을 이끌던 산업이 지금도 주력 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20여 년 전과 비교해도 한국 수출의 2대 품목은 여전히 자동차와 반도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2017년 기준)를 기록했지만, 연구 성과는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 활동 참여 기회를 넓히고,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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