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분양가 상한제” 김현미의 초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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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벼르던 칼을 뺐다. 집값을 잡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단지 등의 민간택지에서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제도 적용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행령 고쳐 지정요건 변경 검토” #적용 기준 어떻게 잡을지 저울질 #건설사, 부실공사·공급 감소 우려 #시장에선 “로또 아파트만 양산”

김 장관은 실행 의지를 누차 밝히고 나섰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해 “민간택지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관리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에둘러 말했던 것보다 발언 수위가 더 세다.

구체적인 적용 방법까지 언급했다.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9월에 도입됐다. 널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감정평가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했다. 일부 단지가 실제로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됐다. 하지만 주택공급 위축이나 아파트 품질저하 등의 부작용 탓에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요건이 강화됐고, 2014년 이후에는 적용 사례가 없다.

정부는 2017년 적용 요건을 완화하면서 민간택지 상한제를 소생시켰다. 하지만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발동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세였다가 7월 첫째 주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토부 고위 공무원은 “요건 완화를 어느 정도 선으로 할지 검토하고 있고 적용 수준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상승률과 상관없이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적용한다면 초고강도 규제가 될 것이고, 기본 요건에서 숫자만 조정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심사위원회 명단 공개도 장관 발언 이후 바로 입법예고 했듯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곧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규제가 서울을 중심으로 ‘로또 아파트’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청실아파트 재건축)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는 상한제를 적용받아 2013년 10월 분양됐지만, 4년가량 만에 집값이 5억~7억원 뛰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양 가격을 임의로 누르면 운 좋게 분양받는 소수의 사람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져 공급을 줄이게 되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사장은 “공사 자잿값과 땅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분양가를 옥죄면 기업 경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싸구려 자재를 쓰게 되고, 결국 부실공사 가능성을 키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늘리는 게 단기적으로는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근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한은화·김민중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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