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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병력 1000명 증파, 이란은 '핵합의 파기 카드'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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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현지시간) 중동에 급파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함상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물자를 카타르 지역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중동에 급파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함상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물자를 카타르 지역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엔 '핵 합의 파기'와 '중동 추가 파병' 카드가 맞붙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연일 고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성명을 내고 “중동의 공중, 해상 지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대처하고 방어하기 위해 추가 파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CNN 등은 추가 파병 규모가 1000명이라고 전했다.

섀너핸 “이란 위협 방어하기 위해 증파 승인" #이란 원자력청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곧 넘겨"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보호 체제를 갖추기 위해 1500여명의 병력을 추가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추가 파병 규모는 2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농축 속도를 끌어올리는 등 핵합의 파기 카드를 빼든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 앞서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나탄즈 농축 단지의 저농축 우라늄 농축 속도를 4배나 늘렸다"며 "열흘 뒤인 27일쯤이면 (핵합의에서 규정한)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를 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수 저장량도 한도를 곧 넘길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핵합의는 폐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체결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감축·동결 의무를 이란이 지키지 않겠다는 발표다.

이는 지난 13일 발생한 오만해 유조선 2척 피격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거듭 이란 소행임을 주장하는 것과 맞물려 중동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섀너핸 대행은 이날 미국 측이 확보한 추가 증거를 공개하면서 “최근 (발생한) 이란의 공격은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이란의 적대적 행동에 대해 수집한 믿을 만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전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이번 추가 파병은) 그 지역에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우리 군의 안전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필요에 따라 무력 수위를 조정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중순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등을 중동 지역에 급파했다. 또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도 추가 배치했다.

미국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며 유조선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B팀이 주도하는 B플랜"이라고 반발했다. 'B팀'이란 대이란 강경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하마드 빈 자히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세자 등의 이니셜에서 따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다시금 경고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17일 군 장성급과 회동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을 통한 원유 수출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요충지다.

바게리 총장은 "우리는 교활한 테러분자 미국처럼 기만적이고 은밀한 방법을 쓰지 않겠다"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로 결정하면 과감히 공개적으로 예고하고 적들을 강하게 타격하겠다. 우리는 그럴만한 군사력이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그의 앞잡이들이 최근 해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란에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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