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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치아 없다고 왼쪽으로만 씹으면 왜 안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9)

 조금만 균형이 맞지 않으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몸은 참 신비하다. 치아와 근육 또한 마찬가지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조금만 균형이 맞지 않으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몸은 참 신비하다. 치아와 근육 또한 마찬가지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어느 날,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치과를 찾아왔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 치아들이 없어서 오랫동안 아래 왼쪽 어금니 치아들만 사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음식물을 주로 왼쪽으로만 씹어서 그런지 오른쪽 근육의 근력이 아주 약해져 있었고 감각도 무디어진 상태였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양쪽으로 음식물을 씹을 때 크게 지장을 받지 않도록 임플란트와 보철 치료를 진행했다.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의 한쪽 바퀴의 바람이 빠지거나 한쪽이 많이 닳으면 차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바퀴의 밸런스를 맞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 바퀴를 가지런히 정렬해야만 자동차가 똑바로 달릴 수 있고 다른 부분에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균형을 잃게 되면  차가 부드럽게 달릴 수 없게 돼 승차감은 물론 안정성까지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매일 신는 신발도 마찬가지다. 평소와 다름없이 똑같은 걸음걸이로 걷는데 신발 한쪽 굽이 더 많이 닳아있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 몸의 어딘가가 틀어져 있거나 문제가 있어 몸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이런 상태로 계속 걷는다면 평소보다 피로감이 더 빨리 온다. 장기적으로 근육과 인대에 무리를 주고, 척추·골반·어깨 등이 틀어져 만성 통증과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몸의 균형이 무너진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몸의 균형은 특히 골프 선수에게 중요하다. 몸의 균형을 찾아야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몸의 균형은 특히 골프 선수에게 중요하다. 몸의 균형을 찾아야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몸에 균형은 운동선수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프로 골프 선수가 그렇다. 몸의 균형을 찾아야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 골퍼는 근육을 만드는 웨이트트레이닝보단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을 우선시한다.

조금만 균형이 맞지 않으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몸은 참 신비하다. 치아와 근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힘이 센 ‘교근’은 씹는 행위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근육이다.

오랫동안 인지와 씹는 행위의 시차를 치아와 근육이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감각을 찾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가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가려면 재활치료가 필요하듯이 치아와 교근도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기 위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앞에서 예로 든 할머니 환자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 때문이었는데, 듣기에 거북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때 덜컥거리는 소리가 나 눈치가 보인다며 하소연을 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은 균형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두고 훈련을 해야 하며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한다. 나는 가족들에게 할머니에게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구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모의 연약한 모습에 화를 내기보다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원희 WY 치과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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