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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뽑는 분들 잠깐!…자가 치아이식에 쓰일지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7)

영화 '사랑니'는 첫사랑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첫사랑 영화 제목으로 사랑니를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랑니를 사랑을 깨달을 나이가 되면 나오는 이, 혹은 사랑의 몽우리처럼 생기는 치아라고 보았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사랑니'는 첫사랑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첫사랑 영화 제목으로 사랑니를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랑니를 사랑을 깨달을 나이가 되면 나오는 이, 혹은 사랑의 몽우리처럼 생기는 치아라고 보았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사랑니. 왜 이에 사랑을 붙인 거지? 이런 궁금증을 누구나 한번은 가졌을 것이다. 사랑니는 다른 어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사랑니가 어원이다. 사랑을 깨달을 나이가 되면 나오는 이, 혹은 사랑의 몽우리처럼 생기는 치아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사실 사랑니라는 표현은 기가 막힌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부를까?

영어로는 ‘위즈덤 투스(Wisdom tooth)’라고 한다. 세상을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생기는 새로운 어금니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지치 즉 ‘찌시(智齿)’라고 한다. 역시 지혜를 아는 치아라는 의미다. 사랑니가 나와도 세상 물정을 모른다면 안 된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

영어론 wisdom tooth, 중국어론 智齿

사랑니는 아프지 않으면 뽑지 않아도 된다. 칫솔이 잘 닿지 않아 관리하기 어렵다지만, 요즘엔 사랑니 전용 칫솔도 나온다. [사진 photoAC]

사랑니는 아프지 않으면 뽑지 않아도 된다. 칫솔이 잘 닿지 않아 관리하기 어렵다지만, 요즘엔 사랑니 전용 칫솔도 나온다. [사진 photoAC]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다. 프랑스어에서는 ‘당드 사 제스(dent de sagesse)’라고 하는데 분별력이 있는 치아라는 뜻이다. 분별력이 있는 나이가 되면 생겨나는 치아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랑꼰완(Răng khôn ngoan)’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 현명한 치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서양이 모두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유독 우리나라만 사랑니라고 한다. (거봐, 우리는 사랑니라고 하잖아. 역시 우리나라는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뛰어나다니까) 그런데 사랑니가 자라나면, 굳이 필요도 없고 그 주변의 청결에 문제가 있어 뽑는 경우가 많다. 과연 사랑니는 뽑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 사랑니는 아프지 않으면 뽑지 않아도 된다. 사랑니는 일종의 저축이고 보험이다.

영구치는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오기 시작한다. 안쪽에 있는 어금니가 가장 늦게 나오는데 영양섭취가 좋은 요즘에는 15세 정도에 나지만 예전에는 스무 살이 되어야만 나오곤 했다. 어금니에 속하는 사랑니는 모두 네 개가 나오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4개 중 일부만 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에서 사랑니 4대가 없는 친구들을 종종 목격한다. 아마 몇 세대 지나면 사랑니가 완전 퇴보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안쪽에 있어서 칫솔질하기가 어려워 찌꺼기가 잘 끼다보니 사랑니 전용 칫솔도 있다. 사랑니는 좀 번거롭더라도 잘 관리하면 유용하게 쓰인다. 물론 현대인의 턱은 퇴화해 사랑니를 잘 사용하지 않다보니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적어졌다. 그래서 사랑니가 턱에 눌리기도 하고 옆으로 나기도 한다. 또는 옆으로 완전히 누워서 앞의 어금니를 압박하고 충치나 치주병의 원인이 되기 쉽다. 이럴 경우는 당연히 일찍 뽑는 것이 좋다.

성공률 높아진 자가 치아이식

어금니를 발치한 자리에 사랑니를 이식할 수 있다. 사랑니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잘 관리하다가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성공적으로 사랑니가 이식된 상태(왼쪽). 이식 후 신경 치료와 크라운 치료까지 완료한 모습이다. 오른쪽은 바르게 나 있는 사랑니. [중앙포토]

어금니를 발치한 자리에 사랑니를 이식할 수 있다. 사랑니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잘 관리하다가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성공적으로 사랑니가 이식된 상태(왼쪽). 이식 후 신경 치료와 크라운 치료까지 완료한 모습이다. 오른쪽은 바르게 나 있는 사랑니. [중앙포토]

그런데 왜 사랑니가 저축이고 보험일까. 나중에 어금니에 문제가 생겨서 뽑아야 할 경우 사랑니를 거기에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이식이다. 물론 자가이식은 상당히 어렵지만, 요즘은 성공률이 꽤 높다. 본래의 치아에 비해 거의 기능이 동일하다. 의치나 임플란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연치아가 인공치아보다 좋은 것은 충격을 감소시키는 치아 뿌리를 둘러싼 치주인대가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음식을 씹는 등의 외부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치아인대가 없는 임플란트는 당연히 자연치아보다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자연치아를 뺐다가 이를 다시 심는 수술도 한다. 소위 자가 치아 이식술이라는 것이다. ‘그럴 리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우리 몸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몸은 자연치유의 능력이 있고 피부와 근육, 골격이 충격흡수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삶이나 사랑에도 외부의 충격을 감쇄시키는 인대가 있다면 더욱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정신적 충격장치를 마음속에 하나씩 지녀 보심이 어떠한지~

유원희 WY 치과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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