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만 생각했다, 죄송" 속초시장이 밝힌 산불 당시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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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속초시장. [연합뉴스]

김철수 속초시장. [연합뉴스]

강원 고성 속초 산불 당시 자리를 비워 논란이 된 김철수 속초시장이 산불 소식을 접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시장은 앞서 지난 4일 산불이 발생한 당일 오전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가 오후 산불 소식을 들었지만,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다음 날 오전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산불 예방 기간인데 여행을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과 '불이 날 줄 알고 간 것도 아닌데 비난이 과하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에 김 시장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산불 발생 당시 상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3박 4일 일정으로 4일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김포)에서 제주도로 갔다. 그날 오후 7시 30분쯤 고성지역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간부들이 공유하는 단톡방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김 시장은 단톡방을 통해 계속 실시간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고성에서 난 산불이 일성콘도 쪽에서 났는데, 속초 쪽으로 올 수도 있다는 카톡 내용을 보고 비행기 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오후 7시 50분쯤 저희 사위에게 '지금 비행기 표 있는지 알아봐라'(라고 했다). 사위가 수소문 끝에 '마지막 비행기가 9시 20분인데, 포털 예약에 뜨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첫 비행기 6시 30분 비행기를 예약하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 날(5일) 아침 6시 30분 비행기를 예약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날(5일) 새벽 4시 아내와 서귀포에서 제주공항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첫 비행기 타고 서울(김포)로 갔다가 10시 10분쯤 속초에 도착했다"라며 "양양 가는 비행기가 있었는데, 그건 낮 12시 이후 도착이어서 김포 가는 비행기 말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시장은 '김포 비행기만 알아봤느냐, 부산까지만 갔어도 기차 타면 금방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금 사회자 말씀처럼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그때는 오로지 저희는 서울(김포)에서 (제주도로) 왔고, 오로지 가는 길이 서울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배도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을 나중에 했다. 그때는 오로지, 저희는 서울을 빨리 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만 찾아봤다"고 거듭 강조하며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씀만 우선 드린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 '산불 조심 기간에 장거리 여행을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그 부분 후회하고 있다. 저도 미처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다"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가 잘못된 부분은 사과한다. 더 신중하게 시정에 전념할 생각이다. 단지 제가 아쉬운 건, 이런 부분이 제 사생활일 수 있지만, 공인이라는 이유로 정치 쟁점화되는 부분이 가슴 아플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날 오후 속초 시청 상황실에서 가진 '속초시 산불피해 수습상황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도 다시 한번 "산불 당시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뭐라 드릴 말이 없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제 마음은 어떠했었겠느냐"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간부 단톡방을 통해 산불 발생을 접한 뒤 전개되는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부시장에게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비록 현장에는 없었지만, 업무 공조는 완벽하게 이뤄졌다"면서 "업무 공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단톡방 대화 내용을 보면 모두 알 수 있다. 경찰에 제출하라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면에서 있는 그대로를 봐주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제가 한 이야기 그대로를 편집하지 말고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향후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속초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1년 내내 속초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김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산불로 속초관광산업이 축소될 것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속초에 연간 1700만 명이 오신다. 전국 제일의 관광도시라서 많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관광객 발길이 끊어질까 걱정"이라며 "관광객들이 많이 오셔야 저희 지역 경제가 돌아간다. 이럴 때일수록 속초를 많이 방문해 주시는 것이 저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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