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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화장한 '취업자 26만명 증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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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30~40대는 줄고, 60세 이상은 늘어나는 흐름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이미 2015년부터 청ㆍ중년 취업자 수는 마이너스 행진이었고, 고령층 취업자 수는 플러스 행진이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변함이 없지만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을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지난해 2월보다 39만7000명이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1월에 14만4000명 증가했던 65세 이상의 취업자 수가 2월에는 26만2000명 늘어 증가 폭이 커졌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5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뉩니다. 소득을 올리는 일을 하거나 취업을 하기 위해 구직활동 중인 사람을 경제활동인구라고 합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예컨대 재학생ㆍ구직 단념자ㆍ취업 준비자ㆍ전업주부 등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합니다.

때문에 취업자나 실업자 수는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구합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 또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올 2월에 경제활동인구는 2764만9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30만 명 늘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2만7000명 느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 경제활동인구는 1~2월 평균 38만9000명 늘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늘어난 숫자인 25만3000명보다 많습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났다는 건 취업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얘기죠. 경기가 좋아졌거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가 생길 거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퍼졌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시내의 한 일자리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의 한 일자리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여기서 통계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건 대부분 고령층 때문입니다. 그동안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60대 이상이 일자리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왜 노인들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됐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정부가 만들겠다는 노인 일자리는 61만 개로 지난해보다 10만 개 많습니다. 이는 대부분 아르바이트 수준에 그치는 단순 일자리입니다. 그동안 경제활동을 안 하던 노인들이 소득을 올리기 위해(또는 용돈을 벌 요량으로) 구직 활동에 나선 겁니다.

이렇게 해서 만든 일자리는 엄밀히 말하면 노인 소득지원 제도의 일회용 결과물이지 정식 일자리라고 보기 힘듭니다.  지난해 2월 10만4000개에 그쳤던 일자리 증가 폭이 올 2월 26만3000개로 늘어난 이유입니다. ‘화장(化粧)한 일자리 통계’라는 비아냥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꼭 필요한 청ㆍ중년의 일자리는 줄고 화장한 일자리만 늘어나는 데도 경제부총리가 “다행스럽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죠.

취업자 수 증감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 비교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저(基底)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전년 통계치가 낮았기 때문에 이와 비교한 올해 수치가 상대적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저효과와 노인 일자리 사업 덕으로 앞으로 매월 취업자 수가 20만 명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일자리는 대부분 납세자의 세금으로 만든 단순 일자리입니다.

영국 총리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했습니다. 2월 고용 통계가 거짓말은 아니지만 다행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동입니다. 일자리 쇼크는 계속될 거라 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숫자를 마사지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펼치는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빨리 항로를 변경하는 겁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일부 강남 클럽이 공무원에 로비한 상납 장부를 두 권 찾았다는 단독 보도를 했습니다. 클럽의 실소유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거액의 돈을 빼돌린 혐의가 짙습니다. 경찰이 추정하는 탈세 규모는 4년간 600억원대입니다. 이번 주 중앙SUNDAY에도 강남 클럽이 경찰, 구청, 세무서, 소방서 등을 관리하며 각종 민원, 고발 등이 발생하거나 단속이 시행되면 이를 돈으로 해결하는 전문 해결사를 두며 로비를 했다는 내용 등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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