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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마약 물의 아레나, 웨이터 출신 실소유자 미스터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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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호 04면

[SPECIAL REPORT] 요지경 강남 클럽 

서울 강남구 논현동 R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 아레나에서 디제이 박스의 음악에 맞춰 클러버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아레나 페이스북]

서울 강남구 논현동 R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 아레나에서 디제이 박스의 음악에 맞춰 클러버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아레나 페이스북]

클러버들 사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클럽으로 꼽히는 아레나. 2014년 6월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 R호텔 지하에 문을 연 아레나는 지난 5년 동안 강남 클럽계의 최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강남의 한 클럽 MD(Merchandiser)는 “규모면에서만 보면 아레나보다 더 큰 클럽이 있지만 화려한 내부 분위기, 셀럽(유명인사)의 잦은 출입, 알맞은 남녀 성비(性比), 뛰어난 미모의 여성들 등으로 다른 클럽과는 급이 다르다”고 말했다. MD는 클럽에서 각종 파티를 기획하고 손님을 모으는 영업 활동을 하는 이들로 누구보다도 클럽 사정에 밝다. 이들은 테이블 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매출의 15~20%를 수입으로 가져간다. 아레나에서 일하는 에이스급 MD들의 월 수입은 7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라고 한다. 다른 클럽보다 더 많은 VVIP 손님들이 아레나에 몰리는 덕분에 MD들의 수입도 다른 클럽 MD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클럽 이용자들도 아레나는 선망의 대상이다. 한 달에 한두 차례 클럽을 이용한다는 한 클러버는 “음악과 춤보다는 여자와 값비싼 술 문화가 더 강조되는 분위기라서 아레나를 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면서도 “클럽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속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 도박·주식에 손대 대박 #“6명 전·현직 대표들은 바지사장” #세무조사, 마약 투약 사건에 휘청 #일개 유흥업소서 200억대 탈세 #경찰 긴급체포, 검찰은 영장 기각 #K회장 측 “경영권 뺏으려는 음모”

잘 나가던 아레나가 휘청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은데 이어 최근 적발된 클럽 내에서의 마약 투약 사건에 휘말리면부터다. 지난해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의 세무조사 결과 26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아레나 측 관계자 6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세금 추징을 통보했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상장회사도 아닌 일개 유흥업소이자 개인 사업장에서 이뤄진 세금 탈루 규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국세청이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내부 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런데 국세청이 고발한 6명의 전현직 아레나 대표들이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강남 유흥업계의 실력자로 불리는 K(46)회장이 아레나의 지분 상당부분을 가진 실소유주라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도 실소유주 의혹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수년 전 K회장과 함께 일을 한 인사의 얘기다.

“유흥업소 웨이터 출신인 K회장은 이 바닥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강남 밤 문화를 지배하는 황제, 대통령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다. 이번에 탈세 혐의로 고발된 6명의 아레나 전현직 대표들도 K회장이 내세운 바지사장들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내부 고발도 K회장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한다. 한때 K회장의 측근 인사였던 A씨는 K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강남 소재 10여 개 유흥업소들의 회계자료를 세무 당국에 넘겼다. 이들 업소들이 평소 세무당국에 신고한 매출은 주로 카드 전표를 근거로 한 것으로, 현금 매출액의 상당 부분은 누락됐다는 것이다. 또 이들 업소가 운영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도 동원됐다고 한다. 업계 한 인사는 “통상 유흥업소 매출의 3~5%가 현금결제인데 반해 아레나는 유독 현금결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회장은 어떻게 강남 유흥업계의 큰손이 될 수 있었을까. 웨이터로 일하던 그는 2000년대 중반 독립해 자신과 친한 주변 인사들과 함께 가라오케를 운영하며 자산을 불리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큰 돈을 만지게 된 것은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대면서부터였다는 것이 과거 그의 지인들의 얘기다.

“친한 사람들과 돈을 모아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는데 대박이 났다. 평소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인맥을 쌓아둔 것도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버는 데 큰 힘이 됐다. 또  2010년대 초 한 대기업 상장회사의 주식에 투자했다. 이때도 인맥을 통해 내부 정보를 전달받은 덕분에 큰 차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 소문에는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고 들었다.”

K회장은 2011년 무렵부터 강남의 유흥업소들을 인수했다고 한다. 그가 인수한 업소들이 G계열이 많다보니 K회장의 지분이 있는 업소를 통칭해 G그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상에는 K회장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K회장 측이 업소 인수 과정에서 다른 인사들을 앞세웠거나 바지사장들을 내세워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도 차명 의혹과 관련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말 K회장을 긴급체포하고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강수사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K회장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K회장 측 한 인사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강남의 여러 업소들과 K회장과는 관계가 없다”며 “아레나의 경우에는 10여 명이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일부 세력이 아레나 등 업소들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허위 내용을 주변에 퍼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회장 측 변호인은 “(탈세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고성표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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