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버닝썬…비틀대는 강남 클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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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호 01면

[SPECIAL REPORT] 요지경 강남 클럽

서울 강남의 유흥 문화를 대표하는 유명 클럽 등 일부 업소들이 탈세·마약·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또 이들 업소가 단속·감독 기관인 경찰과 세무당국 등과 유착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남 클럽업계 선두주자인 아레나와 버닝썬은 이런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다.

260억 세금 탈루 드러난 아레나 #전직 세무서장 통해 로비 의혹 #“검찰이 수사 안 한 것도 이례적” #버닝썬 유착 전직 경찰 영장 신청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아레나를 세무조사했다. 그 결과 260억원(범죄 혐의 있는 150억만 고발)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세금 추징 통보와 함께 관련자 6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상태다. 이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 수사하고 있다.

아레나 탈세 조사는 내부자 A씨의 고발로 시작됐다. 지난해 초 A씨는 아레나를 포함해 강남의 클럽과 가라오케 등 유흥업소 10여 개를 차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의심받는 K회장을 탈세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서울지방국세청에 제보했다. A씨는 자신이 수개월 동안 수집한 각종 회계자료를 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아레나 한 곳만 조사하고 K회장의 지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업소들은 조사하지 않았다. 또 세무당국은 K회장은 쏙 빼고 서류상 대표로 돼 있는 인사들만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아레나 실소유주 의혹과 함께 K회장이 세무당국에 로비를 시도했는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K회장은 강남권 세무서장 출신의 세무사 R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5만원권 현금이 가득 든 쇼핑백을 R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경찰 수사에서 K회장은 “서류 봉투였다”며 돈 전달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R씨는 쇼핑봉투를 K회장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날 K회장과 동행한 또 다른 목격자는 “돈이 든 쇼핑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R씨의 휴대전화에서 세무당국 관계자들과 접촉한 정황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미 한 차례 세무당국 관계자를 조사한 데 이어 추가 소환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레나 탈세 사건과 관련해 전직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탈세 규모로 볼 때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경찰로 사건을 넘긴 것 자체도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K씨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경찰청 차장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탈세 사건 축소를 위해 세무당국에 대한 로비 시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져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아레나 측은 최근 마약사건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엑스터시 판매책, 투약한 아레나 직원 2명, 프로골퍼 등 손님 2명 등을 체포했다. 이들은 클럽 내에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말 직원과 손님 사이의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 역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버닝썬은 마약과 성폭행, 관내 경찰들과의 유착 의혹에 연루된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조씨의 집에서는 엑스터시와 함께 ‘파티 마약’으로 불리는 ‘해피벌룬’(환각 물질을 풍선을 통해 흡입), 향정신성약물인 케타민 등이 발견됐다. 마약류인 일명 ‘물뽕’(GHB)을 여자 손님의 술과 음료에 몰래 타 정신을 잃게 한 후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잇따라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하고 버닝썬과 관할 경찰들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22일 경찰은 클럽의 영업 편의를 대가로 금품을 건넨 전직 경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마약, 성추행 등의 범죄가 다른 유흥업소들에서도 벌어진다는 의혹이 일자 경찰은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범지대화되고 있는 클럽 문제는 어제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다”라며 “한두 개 업소만 조사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 변질돼 가고 있는 전체 유흥문화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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