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서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이 16일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황교안 전 총리도 (2ㆍ27 전당대회에) 나오는데, 홍준표 전 대표도 김무성 의원도 다 나와서 자유롭게 경쟁해보자”며 사실상 대표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공식적인 출마회견은 “다음 주 중 퍼포먼스와 함께 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태극기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5ㆍ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논객 지만원씨를 옹호하는 등 뚜렷히 우파 목소리를 내왔다. 이 때문에 인지도는 높지만 확장성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도전장을 낸 김 의원이 ‘황교안 vs 오세훈’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던 경선 판도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김 의원 측도 “반드시 끝까지 간다”며 경선 완주를 공언하고 있다.
일단 친박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태극기부대’에선 황 전 총리도 ‘탄핵 방조자’로 보는 시선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강성 친박성향의 당원들이 황 전 총리보단 김 의원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도 이날 ‘황 전 총리와 지지세력이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겹치지도 않고, 그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 (나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일단 황 전 총리를 겨냥하는 ‘언더 독(Under dog)’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지도나 대중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김 의원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단 TK(대구ㆍ경북)과 친박계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김 의원은 황 전 총리를 상대로 견제구를 잇달아 던졌다.
그는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질문에 답변을 피해 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곤란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이 어렵던 지난 2년 동안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바닥부터 (지지기반을) 다졌다. 이미 모든 걸 행동으로 보여줬고 앞으로도 행동으로 보여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거 한국행에 입당 중인 태극기부대의 표심도 관심거리다. 대한애국당의 한 관계자는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나 재판에 대해 ‘회피’ 전략을 쓴 반면, 김 의원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해 태극기 세력의 지지가 두텁다”고 주장했다. 반면 TK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 여론은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박 전 대통령 문제보다는 보수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 크기 때문에 대선 경쟁력을 갖춘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으로서는 ‘잃을 것 없는 경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황교안 대 오세훈’ 구도에 밀리더라도, ‘태극기부대’라는 지지층 때문에 정우택ㆍ심재철ㆍ주호영 등 원내 중진 의원들을 모두 제치고 3등을 하면 정치적 위상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ㆍ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