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철 국경장벽 쌓겠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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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 예산을 놓고 민주당과 강경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국경장벽을 콘크리트 대신 강철로 쌓겠다고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장벽을 짓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국가 비상상황을 보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면서다.

민주당 지도부와 2차 회동서도 진전 없자 압박 #양보안으로 강철장벽 내밀어…셧다운 장기화 전망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협상을 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이날 다시 회동했지만 마찬가지로 결실이 없자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법적 문제 탓에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아담 스미스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ABC방송에 “어디에 ‘비상사태’가 있느냐”면서 “이 경우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에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셀비 공화당 상원의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힘이 있다. 그러나 장벽 건설은 올바른 방법, 즉 의회 입법(예산안 처리)을 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이날 트럼프는 “국경장벽을 콘크리트가 아닌 강철로 만들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전날 국경장벽을 쌓는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사람들이 도와준다면 국경장벽을 쌓는 데 콘크리트가 아닌 강철이 사용될 수 있다. 그게 더 낫다”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강철 장벽을 들고나온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시작된 미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적 업무중단)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트럼프의 강철 장벽은 민주당에게 내미는 ‘올리브 가지(화해의 제스처)’라고 강조했다.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강철로 경계를 만들면 민주당이 “더이상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을 건설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민주당은 (강철 울타리가 아닌) 이민정책 수정 등 다른 양보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잔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강철과 시멘트 장벽 논쟁에 대해선 ‘괴상하다(bizarre)’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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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공약 사항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50억 달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3일 개원한 새 의회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이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거부하면서 셧다운 국면을 맞았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오늘로 역대 3번째로 긴 셧다운을 기록하게 됐으나,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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