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경 "욕하면서 배운다, 변종 블랙리스트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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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에서 환경부 문건 등을 두고 여야가 난타전을 벌였지만, 블랙리스트 논란은 오히려 더 가열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일 회의에서 “(국회 운영위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선 블랙리스트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했지만, 이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운영위를 겪으면서 청문회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특검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강공을 예고했다.

◇여당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 인사하나”=현재 공공기관장 임기와 성향 등을 적시한 문건을 환경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건 여권도 인정한다. 쟁점은 과연 이 문건을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운영위에서 ^특정 대상 ^불이익 ^계획성 ^정부조직 동원을 블랙리스트 성립의 4요소로 제시했다. 환경부 문건은 단지 팩트나 동향 등을 담고 있기에 블랙리스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청와대 특감반장 지시로 330개 공공기관 임원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김태우 검찰 수사관 주장에 대해서도 조 수석은 “330개의 문건은 당시 특감반의 업무 대상이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상적 업무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고위 임원들의 이름과 임기 그리고 사표를 제출했는지, 어디 출신인지 정도가 적혀 있다. 이걸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 인사를 하느냐”고 항변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도 “박근혜 정권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의해 ‘탑 다운’으로 만들어 진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여기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무죄 판결 등을 근거로 “법원에서는 ‘세평 수집’이 인사검증, 공무점검, 복무감찰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시행하는 업무수행 방법으로 간주했다”면서 “문체부 내 어느 파벌에 속해져 있는지 정치적 성향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즉 특정 개인의 정치성향을 수집하고 적시해도 이를 근거로 불이익만 주지 않으면 블랙리스트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야당 “변종 블랙리스트”=이같은 여권의 주장에 대해 한국당은 “엄연한 실체를 법리적으로만 모면하려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반박한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효상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블랙리스트 자체가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관련자 다수의 정치성향 등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분류해 명단을 만든다면, 당장 쫓아내지 않았다 해도 그게 바로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환경부 산하기관 사퇴 동향’ 문건에선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 인사와 친분을 주장” “최근 야당 의원실을 방문해 내부 정보를 제공”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 [연합뉴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 [연합뉴스]

일각에선 환경부 문건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법 23조 등에 따르면 “사상과 신념, 노동조합과 정당가입 및 탈퇴,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에 대한 정보 등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전희경 의원은 “현재 외교부 공무원 휴대전화 수거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현 정부는 포렌식 기법 등을 활용한 무차별적인 사생활 털기를 일삼고 있다”며 “규모와 방식 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효상, 전희경 의원이 20일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효상, 전희경 의원이 20일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전 의원은 또 “과거 사찰과 블랙리스트가 반대세력을 찍어내려는 목적이었다면, 현 정부는 측근 비리까지 챙겨 측근을 비호하려는 목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변종 블랙리스트의 탄생”이라며 “욕하면서 배운다고 진보정권에서 사찰과 블랙리스트도 교묘히 진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민우ㆍ김준영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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