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민간인 사찰 탄핵감” 조국 “김태우 희대의 농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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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 관련 의혹에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뉴스1]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 관련 의혹에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뉴스1]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별로 없었다. 자유한국당이 잔뜩 벼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31일 국회 운영위에 불러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방어선은 견고했다.

임종석·조국, 국회 운영위 출석 #임 “나 의원 말씀 지나치다” #조 “사찰했다면 제가 파면돼야” #한국당 “청와대는 미꾸라지 연못” #조 “세 사람이 입 맞춘다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한국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폭로한 KT&G 사장 선임 개입 의혹 등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유효 슈팅’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목조목 반박한 조국=조 수석은 운영위가 열리기 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인성호(三人成虎)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옛말이 있다. 비위 행위자의 사실 왜곡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이날 운영위에서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며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선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린 데 있다”고 정리했다.

조국 수석은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저는 즉시 파면돼야 한다”며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태우 수사관의 스폰서 건설업자로 불리는 최모(부산 혜광고 동문)씨와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는 “최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연락도 한 바가 없다”고 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에게는 “(청와대 인사가) 7대 원칙에 배제되지 않았다”며 “찾아보시라”고 세 차례 거듭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또 “이 사태를 정확히 수습하는 것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상공세에도 ‘한 방’ 없었던 한국당=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김태우를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는데 김태우가 미꾸라지면 청와대는 미꾸라지 연못”이라며 “조국 수석은 김태우가 가져온 정보로 톡톡히 장사해서 실컷 수혜를 받았다. 그런데 미꾸라지 장사꾼이 이제 와서 미꾸라지를 탓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의원은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민정수석실에 가 있나 보다. 이런 사람들 다 떨어내고 일자리 주려고”라며 “민정수석이 아니라 일자리수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 곽상도 의원은 “고건 총리의 장남이 하는 비트코인 사업,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등에 대한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 우윤근, 최경환과 같은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도 있었다”며 “이렇게 수집한 특감반 자료를 청와대가 자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조 수석은 “김태우가 과거 정부의 습성에 따라 정치인과 민간인 정보를 가져왔고, 특감반장 선에서 정지·폐기시켰다”고 반박했다. 강효상 의원이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4명은 범죄에 성공, 10여 명은 미수에 그쳤다”고 공격하자 조 수석은 “리스트를 만드는 자체는 범죄가 아니므로 애초에 그 비유가 틀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기존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그쳤다.

한국당 의원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폭로도 오히려 여당의 역공을 받기도 했다. 이만희 의원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질의하면서 블랙리스트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김정주씨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을 받았다”며 “낙하산 인사가 쫓겨났다고 저렇게 폭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실장이 “그분은 확인해 보니 3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퇴임사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하면서 질의는 유야무야됐다.

◆운영위원장 개입 논란=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운영위원장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가 ‘편파 진행’을 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KT&G 사장 선임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임종석 실장이 답변한 뒤 홍 위원장이 추가질의를 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당시 현장상황.

▶홍영표=(임 실장을 향해) 인사를 했다는 데가 포스코 아닌가.

▶김도읍=아니 위원장님이 왜 발언해요? 질의시간 받아서 하세요!

▶홍영표=위원장은 회의에서 질문하시면 쟁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정양석=발언 시간 얻어서 하세요.

▶홍영표=제가 무슨 허수아비입니까, 제가 무슨 꼭두각시예요!

홍 위원장은 이후에도 전희경 의원이 조 수석의 인사검증 실패 문제를 거론하자 질의를 제지해 또다시 야당과 충돌했다.

▶전희경=특감반 사태 이전에 조 수석은 인사의 총책임자 아닙니까.

▶홍영표=잠깐만요. 전희경 의원님 오늘은 특감반에 대한 겁니다.

▶전희경=아니 위원장님!

▶정양석=위원장님! 이건 월권입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월권”이라며 “이렇게 본색을 드러낼 거냐”고 추궁하자 홍 위원장은 한발 물러섰다. 전희경 의원은 “참 필사적이고 절박하게 한다”고 비꼬았다. 조 수석을 향해서는 “헌법기관의 질의를 위원장이 끊어주는 특전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vs 임종석=한국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조국 수석보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맞붙었다. 나 의원은 “김태우에 대해 전부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않는가. 사실이 밝혀질까 봐 두려운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 실장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로 하겠다”고 맞섰다. 나 의원은 “청와대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못하는 사유를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둘은 이후에도 계속 부딪쳤다.

▶나경원=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적이 있으십니까?

▶임종석=대통령께서 유감을 표시할 사항으로 보지는 않습니다만….

▶나경원=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대통령께서 민주당 상임고문 시절에 이런 사건은 탄핵감이라고 했다.

▶임종석=민간인 사찰이라고 얘기하지 마시고…. 저도 잠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발언 기회를 얻은 임 실장은 “나 의원님께서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이렇게 무리하게 말씀하시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자고 만들어진 자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영익·성지원·이병준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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