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검 감찰본부에서 고강도 조사를 받은 김태우 검찰 수사관(전 청와대 특감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난 변절자가 아니다. 오히려 청와대가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했지만 약자인 내게는 너무 가혹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21일 새벽 3시 조사를 마치고 귀가중에 이뤄진 통화에서 “청와대를 비난하는 인사에 대한 동향 첩보가 있으면 위에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새벽시간까지 조사를 받았다.
“대형사고를 쳤으니까요.”
-이렇게까지 청와대와 싸우는 이유가 뭔가.
“내가 공무원으로 18년6개월 일했다. 20년을 못 채우면 연금도 제대로 안 나온다. 외벌이 가장이라 사실 그게 무서웠다. 그래서 원래 수모를 감수하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뭔가.
“청와대가 불법 증거(※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과기정통부 응시건, 골프 건 조사)까지 사용해 가면서 내 인격을 말살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이 먼저다’ 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했는데, 완전 모순된다. 청와대가 날 죽이겠다고 변한 거다.”
-자유한국당에 첩보보고서 목록 사진을 전달한게 본인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내가 넘겼다면 그건 잘못한 거다. 변절자라고 하는데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청와대의 여러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할 물증도 있나.
“그건 더 고민해 보고 말하겠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9일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보고서 목록 사진을 공개하면서 야권 인사를 비롯해 정치인ㆍ언론ㆍ기업ㆍ공직자ㆍ민간인 등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이 있었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이 중 11건을 민간인 정보 수집 등 문제가 있는 문건으로 지적했다. 그 중에는 ‘진보 교수 전○○ 사감으로 VIP 비난’ 이란 첩보 문건도 있었다. 이 부분을 물어봤다.
-전○○ 교수에 대한 첩보는 민간인 사찰 아닌가.
“해당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너무 막 했다. 언론에도 얘기하고, 포럼이나 회의에서도 비난을 했다. 청와대를 비난하는 인사에 대한 동향 첩보가 있으면 위에서 좋아했다.”
- 청와대는 해당 문건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니다. ‘이런게 있는데 쓸까요’라고 텔레그램으로 상관에게 물어보고 ‘쓰라’고 해서 썼다.”
-첩보 문건 중엔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이란 것도 있던데.
“특별감찰반 안에서 보수 정부 ‘적폐’ 관련 건을 찾아내는 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제목을 그렇게 써서 그렇지 그건 민간인 사찰은 아니다. 국가 예산, 국고보조금을 빼 먹는 건 우리가 단속해야 하는 대상이 맞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관련 건(커피기계 납품 특혜 의혹)은 김 수사관이 감찰받은 11월초에 보고한 첩보라 청와대에선 몰랐다고 하던데.
“아니다. 특감반은 8월말부터 일일보고서를 따로 써서 올렸다. 10월 당시 5차례 가량 도로공사 관련 일일보고를 이미 해서 상관이 다 알고 있었다.”
-지인인 최모 대표와 무슨 뒷거래가 있었나.
“말 그대로 정보원이다. 그 분은 나이 차이도 20살 가까이 나고,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다만 주는 정보가 거의 맞았다. 그래서 을의 입장에서 때마다 청와대 선물도 보내주며 챙겼다.”
김 수사관은 대검 감찰 이외에도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야당에선 특검 카드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무엇이든 저는 자신이 있다”며 “저는 청와대의 직무유기, 감사무마 같은 범죄행위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론화시킨 죄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