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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독과론 꺼낸 김태우 “동의 없는 휴대폰 감찰은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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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태우 수사관이 독수독과론(fruit of the poisonous tree theory)을 들고 나왔다. ‘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론은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는 위법해 증거능력이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

“지인 수사 문의만 감찰 대상인데 #골프까지 끼워넣어 포렌식 수사” #청와대 “징계 피하려는 주장”

김 수사관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에게 지인 사건을 물어본 혐의만 감찰을 받기로 했는데 골프 관련 부분까지 포렌식을 했다”며 “동의하지 않은 증거자료에 의한 감찰이며 이런 경우 무죄가 나온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김 수사관을 비롯해 검찰 수사관 출신 청와대 특감반원을 복귀시키며 3명에 대한 비위 혐의(경찰 수사 압력, 골프 향응 의혹 등)를 통보했다. 대검은 이를 바탕으로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와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고강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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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감찰 과정에서 판단할 문제다. 징계를 피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독수독과론’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한국 법원은 디지털 독수독과론을 이론의 본류인 미국 법원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이 김 수사관처럼 검찰의 증거 수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법원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경우 범죄 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압수수색을 좁게 허용하고 있다. 영장 범위를 벗어나는 혐의에 대해 수사 기관이 증거를 확보한 경우 압수수색이 취소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법원은 2011년 검찰의 종근당 압수수색에 대해 ‘피의자 참여 없이 이뤄진 디지털 증거 수집은 위법’이라며 압수수색 전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2015년 이에 대한 검찰의 항고를 전원합의체에서 기각했다.

하지만 법원이 압수수색의 관련성을 너무 좁게 해석해 정상적인 수사까지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산지청장을 지낸 전승수 법무연수원 교수는 2015년 ‘압수수색상 관련성의 실무상 문제점’이란 논문에서 “최근 판례들은 피의자의 범위를 형식적으로 판단해 압수수색 당시 피의자의 범행과 관련된 증거만 인정하는 등 사건 범위의 관련성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썼다.

◆김태우 비밀누설 혐의 수원지검 재배당=대검은 20일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에 배당한 지 하루 만이다. 김 수사관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고 있어 수사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김 수사관의 주거지가 경기 남부 지역임을 고려한 것이다. 검찰은 20일 오전 김 수사관에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직원의 비위 정보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KT 임원 A씨를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김 수사관과 함께 골프를 치는 등 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18일 골프장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A씨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A씨는 검찰 조사 뒤 중앙일보에 "접대 의혹은 조사 결과에서 없었던 것으로 다 클리어됐다"고 말했다 .

박태인·김기정·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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