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입주 급증하는데 집값 더 뛰어...거꾸로 가는 서울 주택 수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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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서울 주택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징아지만 집값은 더 오르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수요와 공급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울 주택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징아지만 집값은 더 오르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수요와 공급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수급은 양호하다.” (8월 8일 국토부 ‘서울 주택공급 보도 관련’ 보도참고자료)

정부 "서울 주택수급 양호" #최근 입주물량은 크게 늘어 #서울 아파트 적고 낡아 #자가 보유·점유율 낮아 #외지인 수요도 상당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체감 주택공급은 부족 #"재고→거래시장 물꼬 터야"

지난해 8·2부동산대책 1년이 지나도록 여전한 서울 집값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수급 문제가 꼽히는 데 대한 정부의 입장이다.

서울뿐 아니라 서울 수요를 분산해 흡수할 수 있는 서울 인근 지역(과밀억제권역)의 입주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반면 집이 필요한 일반가구 수 증가세는 주춤해졌다는 이유다.

국토부는 새로 준공한 주택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멸실돼 없어진 집을 뺀 순증 물량이 넉넉하다고 밝혔다. 2016년 서울 순증 물량이 5만2000가구로 2012~15년 연평균 4만9700가구보다 2000여가구 더 많다. 과천·성남·하남·고양 등 과밀억제권역에서는 2012~15년 연평균(4만3000여가구)의 두 배가 넘는 8만7000여가구가 2016년 입주했다.

주택 수요 지표의 하나인 일반가구 수는 2016년 200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국토부는 지난해 8·2대책 발표 때 2016년 기준 96.3%인 주택보급률(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이 지난해 97.8%로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만에 1.5%포인트나 높아질 수 있는 근거로 최근 10년 연평균 입주물량(6만2000가구)을 훨씬 웃도는 7만5000가구(실제 7만가구)가 들어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정부 분석대로 서울 주택 입주물량은 순항하고 있다. 정부가 세운 2차 장기주택종합계획(2013~22년) 상의 연평균 서울 신규 주택 수요(연평균 7만가구 내외)보다 많은 7만2000가구가 2013~17년 들어섰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주택 입주예정 물량은 더 많다. 아파트가 연평균 3만8000여가구다. 2013~17년 연평균(2만7000여가구)의 1.4배다. 단독주택 등을 합친 전체 주택 입주물량은 연평균 8만~9만가구로 업계는 예상한다. 2020년 말에는 서울 주택보급률 100%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런데 이런 입주 급증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되레 더 올랐다. 2016~17년 2년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15만여가구가 입주했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 서울 집값은 1~7월 누적 변동률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3.47% 뛰었다.

주택 수급과 집값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주택 수급은 '양'이 아니라 ‘질’로 따져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 일어나는 수요와 공급간 관계다.

서울 주택 수요에는 일반가구 수와 멸실주택 수 외에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 공급도 주택 수 증가분이 아니라 시장에 나오는 물량으로 재야한다.

내 집을 갖고 있거나 내 집에서 사는 가구 비율을 보면 서울이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자가 보유율이 48.3%(전국 61.1%)이고 자가점유율은 42.9%(전국 57.7%)다. 내 집을 가지려는 무주택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인 아파트의 질이 떨어진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 일반가구 수 대비 아파트 비율이 43.4%로 전국 평균(51.8%)f보다 낮다. 아파트 중 지은 지 5년 이하(9.1%)는 전국(12.9%)보다 적고 30년 이상된 낡은 아파트(11.3%)는 전국(5.9%)보다 훨씬 많다.

외지인 주택 수요 최대 2만가구 

서울 주택수요의 복병이 다른 지역 수요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면 외지인 주택 매수가 많이 늘어난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9만1000여 가구 중 20%인 1만8000여가구가 서울 이외 지역에 팔렸다. 주택경기가 좋지 않던 2010년대 초반엔 외지인 비율이 16% 정도였다. 2010년대 들어 최대일 때와 최소일 때 외지인 수요 차이가 200만가구 정도다.

들쭉날쭉하는 멸실 주택 수도 변수다. 한해 멸실 주택 수가 2010년엔 1만2000여가구였다가 2011~15년 2만~2만5000가구를 유지하다 2016년 4만2000여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 멸실된 서울 주거용 건물 동수와 연면적이 2016년보다 많아 멸실 주택 수도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가구도 2016년을 제외하곤 2011~15년엔 연평균 2만7000가구 정도 늘었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하지만 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가 아직 모자란 데다 피부로 느끼는 공급량은 훨씬 더 적다. 주택보급률이 105% 이상은 돼야 주택 수급에 숨 쉴 여유가 생긴다.

여기다 있는 집도 '동맥경화'에 걸렸다. 서울 재고주택 물량이 거래시장으로 들어오는 문턱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8·2대책 후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로 조합설립 이후 단계의 재건축 단지를 팔 수 없다. 조정대상지역이어서 지난 4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돼 다주택자 매물이 끊겼다. 깃 입주한 아파트에서도 양도세 부담 등으로 매물이 드물다. 입주물량이 시장 공급량과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집값 오름세 덕에 늘어난 입주물량에 만족하기 보다 재고 주택을 시장으로 유통시키는 물꼬를 터는 게 중요하다.

2020년 이후 입주물량도 걱정스럽다. 특히 강남4구 준공물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재건축 사업이 각종 규제로 부진하다.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8만여 가구에 달하던 서울 전체 주택 건설인허가실적도 올해 상반기 2만7000여 가구로 뚝 떨어졌다. 주택 건설인허가실적은 인허가받은 물량이 착공을 거쳐 준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래 주택 입주물량의 선행지표다.
안장원 기자 ahnjw@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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