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관 13명과 긴급 간담회 … 어떤 결단 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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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은 12일 대법관 13명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대처 방안과 관련해 마지막 의견 수렴 절차였다. 대법관 회의는 사법부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지난 1일에 이어 마지막 의견수렴 #“재판 거래 의혹 책임 있으면 물어야” #“사법부 흔들리는 듯 비쳐” 발언 오가 #대법관 대다수, 검찰 고발에는 신중

대법원에 따르면 간담회는 오후 4시부터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 대법원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권순일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이 전원 참석했다.

대법원 측은 “김 대법원장이 평소 대법관들에게 11일의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대법관들의 말씀을 듣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결과 발표(5월25일) 이후 대법관 회동은 지난 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익명을 원한 대법원 관계자는 “간담회에선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부적절한 문서를 작성한 것이 놀랍고 유감스럽다.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사법부가 더 이상 흔들리는 듯이 비쳐져선 안 된다”, “젊은 법관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 등의 발언도 오고갔다. 김 대법원장은 주로 들으면서 가끔씩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특별조사단 발표 이후 확산된 ‘재판 거래’ 의혹으로 옮겨갔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시절 법원행정처가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협상 전략을 모색하는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과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 전략’ 등이다. 이 문건에는 KTX 승무원 해고 승무원의 복직 불허 등 대법원 판결 (15건)을 포함한 총 16건의 판결문이 적혀 있었다. 그중 6건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해 판결한 전원합의체 사건이었고 이들 재판이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위한 협상용으로 왜곡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졌다.

소장 판사들은 “관련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들(7명)이 재판 거래 실체 여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법관은 “내 재판이 옳다고 반박하는 순간 판사는 법대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더 이상 법관이 아니라 논쟁의 한 축이 된다”며 공개 논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함께 대법관 다수는 이번 사안에 대한 검찰 고발은 신중해야 한다고 김 대법원장에 건의했다고 한다. 사건을 검찰 손에 맡긴다면 ‘재판 거래’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 사법부 신뢰가 훼손된다는 이유였다.

대법관회의까지 끝나면서 이제 김 대법원장의 최종 결단만이 남았다. 이번 주 중 결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사법발전위원회(자문기구), 전국법원장 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건의기구) 등의 의견을 수렴해 형사 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입장은 엇갈렸다. 외부 인사들이 모인 사법발전위(지난 5일)에선 검찰 고발 의견이 우세했고, 같은날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와 7일 법원장간담회는 ‘직접 고발 부적절’ 입장을 냈다. 각급 법원의 판사 대표 115명이 참석한 11일의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대법원장이나 법원이 직접 검찰 고발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형사 절차를 포함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의안이 나왔다.

◆대법원 징계 착수=김 대법원장은 검찰 고발 여부와는 별도로 현직 판사들에 대한 내부 징계 절차에도 착수키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 중 개별 사안 일부(2015년 여름 사건)는 징계 시효가 다 돼간다”며 “조속히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곧 징계 청구 개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관징계법상 징계 시효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이다.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징계 청구 개시를 하면 법관징계위원회가 꾸려진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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