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미 정상회담, 대북 공격수 볼턴 배석할까, 현송월은 삼지연악단 방미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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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북ㆍ미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양국 인사들의 면면이 회담을 읽는 열쇠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확대 정상회담에 함께 자리하는 인사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회담 기류가 드러난다.

미국에선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싱가포르 현지에 온 것으로 파악됐다. 관건은 볼턴 보좌관이다. 그는 북핵을 ‘리비아식 해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의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지난 1일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볼턴은 건물 창문을 통해 이 장면을 바라봤다. 한때 정상회담 배제설이 제기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볼턴”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성과를 내려면 볼턴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볼턴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란 분석이 나온다. 회담이 잘 안 풀릴 경우 공격수인 그가 북측을 상대할 ‘비밀 병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에 “북한에 대한 선제 폭격은 법적,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글을 쓴 적도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정상회담에 배석할 게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 정상회담 때도 옆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그는 북ㆍ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다. 판문점에서 북한과 실무 협의를 이끌어온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회담 전날인 11일에도 북한과 막판 조율을 계속했다.

이번에 싱가포르에 오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정상회담 전략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정상회담 수행원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재무부는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를 주도하는 부서인 만큼 므누신 장관이 온다면 정상회담 때 대북 제재까지 논의된다는 신호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실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야만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이 빠진 이유를 놓곤 주한미군을 이번 협상 의제로 올리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ㆍ재무장관까지 대동하는 것은 북한의 위상을 지나치게 높여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영철ㆍ이수용 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성혜 통일전선부 과장 등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던 김영철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은 확대 정상회담 배석자로 확실시된다. 대미 라인인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동시 출격’은 북한이 이번 회담에 올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회담에서 북ㆍ미 관계 개선에 따른 군사 분야의 요구 사항을 꺼내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리지스 호텔에 현송월이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

북ㆍ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리지스 호텔에 현송월이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대표단중 뜻밖의 인사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다. 지난 10일 오후 김 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짙은 선글라스과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현송월은 ‘음악 정치’의 현장 책임자다. 외교 라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송월이 나타나자 북ㆍ미 정상회담이 잘 될 경우 삼지연관현악단의 미국 공연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비정치적인 교류부터 시작하는 게 서로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정용수ㆍ유지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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