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휴대 안하니…파리 성당에 카드 결제 헌금 바구니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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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성당에 등장한 카드 결제 헌금 바구니 [사진 Eric Robert]

파리 한 성당에 등장한 카드 결제 헌금 바구니 [사진 Eric Robert]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생-프랑수아 드 몰리토 성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일요일에 새로운 헌금 바구니를 선보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나무 바구니 안에 신용카드로 손쉽게 지불할 수 있는 단말기를 설치했다.

2~10유로 중 선택 후 카드 갖다대면 송금 가능 #일요일 아침 주머니에 동전 없는 젊은이 많아 #영국 교회도 문의…"종교도 시대 변화 따라가야"

 2005년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건축한 이 성당은 500석 규모인데, 이날 가족과 아이들로 가득 찼다.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첨단 헌금 바구니가 신자들 사이로 전해졌다. 디디에르 뒤베르네 신부는 “과거처럼 전통적인 봉헌 바구니에 현금을 넣어도 좋고, 카드로 지불이 가능한 새 바구니를 이용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새 헌금 바구니는 플라스틱 덮개 아래 디지털 화면과 함께 신용·직불카드를 긁지 않고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되는 ‘콘택트리스' 기능을 갖춰 놓았다. 프랑스24 TV에 따르면 화면에는 2유로에서 10유로 사이의 금액을 고를 수 있게 돼 있다. 원하는 금액을 누른 후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청구되는 방식이다.

 성당 측은 헌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라기보다 현대 사회를 사는 이들이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편의를 제공해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성당의 한 신자는 “교회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며 “미사에 참여하려고 오는 길에 현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은행 인출기를 찾느라 고생한 적이 있는데, 특히 젊은이들은 일요일 아침 주머니에 늘 동전이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파리의 가톨릭 교계는 교구만 120개가 있어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2016년 10월 파리의 8개 교구는 온라인 봉헌을 위한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300명이 넘는 신자가 4000건 가량의 헌금을 이 앱을 통해 냈다. 한 차례 봉헌 액수는 평균 5유로 정도였다.

 디지털 헌금 바구니에는 벌써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당 관계자는 “영국 교회 관계자들이 문의를 해왔더라. 앞으로 헌금 방식이 어떻게 발전해 갈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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