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송월 단장 이끄는 사전점검단 심야 전격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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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관현악단장. [연합뉴스]

현송월 관현악단장.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오전 보내겠다고 먼저 제의했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남측 방문을 같은 날 밤 10시에 전격 취소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한은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는 통지문에서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다”는 표현을 썼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다는 것은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20일에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열어둘 것”이라며 “관련 사항을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현송월은 2015년 베이징 모란봉악단 친선공연을 앞두고도 중국 측과 갈등을 빚자 공연을 3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었다.

북한은 이날 오전 현송월을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라 칭하며 그를 비롯한 7명의 대표단을 20일 서울로 보내겠다고 밝혀 왔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파견할 예정인 예술단의 공연시설을 사전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경의선 육로를 통해 이동하겠으며, 1박2일로 방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었다. 성사됐다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북측 인사들의 첫 남측 방문이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북측이 통보한 일정에 동의한다는 회신을 보내며 구체적 일정을 조율하다가 전격 취소 통보를 받았다.

남북은 지난 15일 실무접촉에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 파견 ▶공연은 서울·강릉 2곳 ▶공연 장소 및 조건·설비와 관련해 사전점검단 파견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에선 삼지연관현악단이란 단체가 보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악단의 구성과 단장이 누군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었다. 북한이 이날 현송월의 직함을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으로 표기하면서 향후 북한 예술단의 공연은 현송월이 직접 지휘할 것이 유력해졌다. 현송월은 지난 15일 접촉 때 ‘관현악단 단장’ 직책을 달고 나와 사실상 차석대표 역할을 했다.

한편 우리 측도 오는 23일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방북해 금강산 지역과 마식령스키장을 둘러볼 선발대를 구성해 북측에 통보했으나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문 취소로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 진행과 관련해 통일부 이주태 교류협력국장을 포함한 선발대 12명을 23일 동해선 육로를 통해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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