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위로해 준 ‘잭슨 목련’, 백악관에서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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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하고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부활을 의미합니다.”
 2014년 4월25일,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져온 목련 나무 묘목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 기증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달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희생자를 기리면서다. 그는 단원고에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수백 명의 학생과 선생님들을 애도하며, 희생된 학생 대다수가 공부하던 단원고등학교에 백악관의 목련 묘목을 바친다”는 글도 함께 보냈다.

 이 묘목은 단원고 정문을 지나 본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심어져 있다. 단원고 학생ㆍ교직원들의 보살핌 속에 당시 50cm 정도였던 이 묘목은 1m 50cm 정도까지 자랐고 올해까지 세 번 꽃을 피웠다.

앤드루 잭슨 美 7대 대통령, 부인 기리며 심어 # 2014년 오바마 방한 때 단원고에 묘목 기증하기도 # ‘부활’의 상징으로 200년 가까이 백악관 뜰 지켜 #

이 단원고 목련은 ‘잭슨 목련’이다. 1828년 미국의 7대 대통령에 당선된 앤드루 잭슨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며 백악관 남쪽 뜰에 심었다. 취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세상을 뜬 부인 레이첼을 기리며 취임 이후 고향집 정원의 목련나무 싹을 가져와 백악관 뜰에 심고 이를 보면서 아내를 기렸다. 이후 이 나무는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에게 위로를 주며 봄이면 어김없이 다시 피어나는  ‘부활’의 상징으로 통했다.

지난해 봄 꽃송이를 피운 잭슨 목련 [사진 단원고]

지난해 봄 꽃송이를 피운 잭슨 목련 [사진 단원고]

또한 수많은 역사적 현장 사진의 배경으로 나오면서 백악관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됐다. 많은 미국 대통령이 이 나무에 정서적 의미를 부여했고, 1928∼88년에는 20달러 지폐 뒷면에 이 나무가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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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역사적 나무’가 이번 주 후반에 절단돼 철거될 것이라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나무는 고령으로 인해 손상이 심하고 썩은 부분이 많아 수십 년간 버팀목에 의존해왔다. 그동안 보존 노력이 계속 이어져 왔으나 국립수목원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최종 철거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사실상 결정을 내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승인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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