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시절 쿠슈너, 플린에게 러시아 접촉 지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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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불리는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오른쪽)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공판을 마친 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불리는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오른쪽)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공판을 마친 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검사의 칼 끝이 ‘트럼프 패밀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첫 번째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다.

플린, 위증 인정하며 고위층 지목 #“이스라엘 관련 유엔결의 저지 목적” #선거개입 본질 아니지만 파장 주목 #언론 “민간인이 외국과 협상 위법” #트럼프 ‘플린 위증 인지’ 트윗 올려 #사법방해 관련 새로운 논란 자초

쿠슈너 고문의 이름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 인정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튀어 나왔다. 플린 전 보좌관은 법정에서 “트럼프 인수팀의 고위 관계자도 (내가) 키슬랴크 전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에 대해 논의하는 걸 알고 있었으며, 이 관계자는 같은 해 12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건설 중단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러시아 등 외국 정부와 접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플린 진술에 등장한 고위 관계자는 쿠슈너 선임고문이란 사실이 곧바로 확인됐다. 당시 결의안을 저지하도록 오바마 정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인인 쿠슈너 쪽에 로비를 벌인 것이다. 쿠슈너 본인도 킴 대럭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안보리에선 찬성 14, 기권 1(미국)로 결의안이 채택됐다.

쿠슈너 고문 등의 이 같은 행위는 인가받지 않은 민간인이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한 로건법 위반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플린의 이번 진술은 뮬러 특검이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의 본질은 아니지만 쿠슈너의 역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이 쿠슈너 고문의 러시아와 직접 내통 의혹과 그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에 관여한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12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플린 전 보좌관의 주선으로 키슬랴크 전 대사를 직접 만나 트럼프 인수팀과 러시아 대통령궁 사이에 보안 통신망 구축을 제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플린 전 보좌관이 위증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 데 대해 그가 FBI에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는 듯한 트윗을 올려 사법방해와 관련해 새로운 논란을 불렀다. 그는 “나는 (지난 2월) 플린이 부통령과 FBI에 (러시아와 접촉에 대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해임해야 했다”며 “그는 거짓말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는데, 인수위 시절 그의 행위는 합법적이고 숨길 게 전혀 없었는데 거짓말을 한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이에 민주당 테드 리우 의원은 “대통령이 플린의 FBI 위증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런데도 플린에 대한 FBI 수사에 영향력을 끼치거나 중단시키려고 했다”면서 “이는 사법방해”라고 말했다.

또 백악관이 “러시아 정부와 접촉은 플린의 단독 행동”이라고 주장해왔던 것과 배치되는 당시 인수위 고위 관리의 e메일도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캐서린 맥팔랜드(싱가포르 대사 내정자)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지난해 12월 토머스 보서트 현 국토안보보좌관에게 보낸 e메일에서 “오바마 정부의 러시아 추가 제재는 트럼프 당선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시도이며 트럼프에게 미국 선거를 안겨준 러시아와 긴장 완화를 더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제재안이 발표된 몇 시간 뒤 플린이 키슬랴크 대사를 만날 것인데 앞으로 며칠간 러시아의 반응이 핵심”이라고 적었다. 맥팔랜드 등 당시 인수위 고위 관계자들이 플린의 러시아 접촉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적극 추진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경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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