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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한미군 행사장서 반미시위 … 김정은이 얘기한 ‘DOTARD’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해군 창설 242주년(10월 13일)을 기념해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주한 미 해군사령부 주최 파티를 열자 국내 반미단체가 현장에 몰려가 반대 시위를 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날 시위 하루 전날에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한반도 전쟁 위기 논란 상황에 대비해 미군의 전략 자산인 핵잠수함 ‘미시건함’이 부산 남구 백운포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13일)한 상태였다.

17일 부산해운대경찰서 관계자와 부산 지역 인사들에 따르면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을 비롯해 미 해군사령부 소속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서병수 부산시장, 정진섭 해군 작전사령관이 참석했고 부산지역 주요 기관장 등 250여 명이 초대됐다.

이날 반미단체 소속 회원 70여 명이 거세게 항의 집회를 하는 바람에 행사장 주변이 일시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반대단체 소속 회원들은 “미치광이 트럼프의 졸개들아 남의 땅에서 전쟁을 벌여놓고 너희는 술판을 벌이느냐. Yankee! GO HOME”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특히 이들이 들고 있던 플래카드에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썼던 ‘DOTARD’라는 영어 단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어는 ‘노망난 늙은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직접 발표한 본인 명의의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판하며 한국어로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썼고 별도 영어 성명에서 ‘dotard’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2일 민중연대에서 집회 신고를 냈고, 주한 미 해군 창설 기념 파티가 열리는 지난 14일 부산 그랜드호텔 앞에서 오후 4시부터 집회를 열었다”며 “이날 오후 6시부터 주한 미 해군 관계자들이 파티장으로 들어가려 할 때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부산 해운대 경찰은 미군을 행사장으로 입장하기 위한 통로 확보를 위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우리 군 관계자도 “당일 해군 창설 기념파티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부산민중연대 회원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겠다며 부산 앞바다에 지난 13일 핵잠수함을 끌어들여 놓고 자기들은 파티를 한다는데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며 당일 오후 8시까지 규탄집회를 이어갔다. 회원들은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조성되면 안 되며, 평화적으로 북미 관계가 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했다는 대학생 K씨(23)는 “이들(미군)의 뻔뻔스런 얼굴을 직접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 도발로 조성된 한반도 전쟁 우려 상황에서 주한 미군 창설 파티를 문제삼아 반미 단체가 과격 시위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이철재·유지혜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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