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천지원전 예정지 땅주인 38명 “한수원이 땅 사달라”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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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건설이 추진된 경북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의 전경. [김정석 기자]

천지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건설이 추진된 경북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의 전경. [김정석 기자]

경북 영덕군의 천지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건설 예정지 토지소유주 38명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토지 매입 소송을 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천지원전 건설 계획이 중단되면서 토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원전 사업 예정지의 땅 매입을 주민들이 직접 요구한 소송으로는 첫 사례다. 소송은 대구지법 제1행정부에 냈다. 첫 재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 백지화 #5년간 재산권 제한돼 피해 주장 #한수원 “매입 완전 중단 아니다”

지난 7월 소송(부작위 위법 확인의 소)을 낸 건설 예정지 토지 소유주 조혜선(64)씨는 "원전을 짓는다고 했다가 새 정부들어 180도 바뀌었다. 이제 와서 공사를 안한다고 하면 손해는 누가 책임지느냐. 한수원은 5년동안 지주의 기회 비용을 침탈해놓고 (약자에게) 손실을 일방적으로 전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찬(62)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이장은 “원전을 짓겠다고 수년 동안 주민들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다가 갑자기 정책을 뒤집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땅 주인들에게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천지원전 1, 2호기는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 319만㎡ 부지에 2027년께 완공될 예정이었다. 2012년 9월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됐다. 2015년 11월엔 보상공고까지 났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난 5년간 땅을 마음대로 팔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소송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방침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천지원전 부지에 대한 토지 매입도 실행 방법이 정해질 때까지 잠시 중단한 것이지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19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한수원 노조 등과 함께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및 무효 확인 소송’을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제기했다.

영덕=김윤호·백경서 기자, 이승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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