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남 피살]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독살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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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4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씨가 마카오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던 모습. 이날 정남씨는 아들 김한솔(당시 15세)에 대한 질문에 “가족 프라이버시는 지켜달라”고 하는 등 진지하게 인터뷰했다. 헤어질 땐 웃으며 인사했다. 정남씨는 김 위원장의 둘째 부인 성혜림(2002년 사망)의 아들이다. [사진 신인섭 기자]

2010년 6월 4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씨가 마카오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던 모습. 이날 정남씨는 아들 김한솔(당시 15세)에 대한 질문에 “가족 프라이버시는 지켜달라”고 하는 등 진지하게 인터뷰했다. 헤어질 땐 웃으며 인사했다. 정남씨는 김 위원장의 둘째 부인 성혜림(2002년 사망)의 아들이다. [사진 신인섭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에서 13일 오전(현지시간) 피살됐다고 복수의 정보 소식통이 14일 전했다.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서 북 여성 추정 2명 독침 테러
용의자 택시 타고 도주 … 정부, 안전보장회의 소집
“중국 김정남에게 우호적, 북·중 관계 악화될 수도”

익명을 요구한 정보 소식통들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김정남이 어제(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여성으로 추정되는 2명에게 독침을 맞고 사망했다”고 말했다. 피살되기 전 김정남은 여성들에게 유도돼 편한 자세로 누운 채 눈이 가리워졌으며, 이 여성들이 김정남의 팔뚝에 독침을 놓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김정남은 독침을 맞은 뒤 몇 걸음 걷다가 쓰러진 뒤 사망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2명의 여성이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고,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이들의 소재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문 뉴스를 보도하는 NK뉴스는 “말레이시아 무함마드 살레 범죄수사국장이 한 지역 언론에 ‘김정남이 월요일(13일) 오전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살레 국장은 “김정남이 살해당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그의 사망을 돌연사로 분류하고 있으며 사인을 판단하려면 검시보고서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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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고 있는 압둘 아지즈 알리 세팡경찰서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인물이 피살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왜 말레이시아로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보 당국은 그의 내연녀가 말레이시아에 있어 그가 수시로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남은 2014년 1월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명박 정부 때 한국 망명을 타진한 적이 있는 김정남이 최근 또다시 망명을 타진했으며, 북측이 이를 막으려 살해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말레이시아는 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 루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정남은 한때 장성택의 비호로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2008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자 중국·마카오, 동남아시아 일대를 전전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그동안 김정남에게 우호적이었다. 북한 소행임이 밝혀지면 북·중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피살된 뒤 말레이시아 외교 공관을 통해 이 사실을 보고받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차세현·정용수 기자, 홍콩=김준영 기자 nkys@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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